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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이탈리아 뿔리아 지방의 명가, 트룰리 와인(Trulli W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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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이번 겨울에 태양의 온화한 열기가 그리움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니, 이번 달은그리운 온기의 나라 이탈리아로, 따사로운 햇볕이 배인 지방, 뿔리아로 가본다. 지중해 세계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 포도주와 올리브 등 풍부한 식품이 생산되는 곳, 뿔리아~! 그 곳의 많은 와이너리 중에서, 사진에서도 보는 바처럼, 따뜻한 색감의 대명사인 자메이카 옐로우 색깔 간판에 이글거리는 태양의 로고를 새긴 곳, 바로 트룰리 농장이 2월의 와인이다. 이탈리아의 곡물 창고, 뿔리아뿔리아 지방은 장화처럼 생긴 이탈리아 반도 남동부 끝단 구두 뒷굽 부분에 위치해 동편의 아드리아해와 남서편의 이오니아해를 구분하는 지정학적인 위치에 있다. 산지가 많은 이탈리아에서는 드물게도 평지 비율이 절반을 넘는 뿔리아는 지평선이 보이는 흔치 않은 이탈리아 지방이다. 역사 덕후라면 기원전 216년에 벌어진 역사적인 깐나에(Cannae) 전투를 기억할 것이다.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이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와 로마를 풍전등화의 위기 상태로 몰아낸 유명한 전투가 바로 이 지방에서 벌어졌다. 그러나 와인 덕후인 우리에게는 지역 토착 품종으로 만든 맛깔난 대중성 있는 와인이 만들어지는 곳으로, 이탈리아 와인의 20%가 생산되는 최대 생산 지역 중 하나로 기억되는 곳이다. 뿔리아는 그리스인들에 의해 처음 발견된 천혜의 와인 생산 지역이고, 이후 로마인들에 의해 지속돼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비옥한 토양을 기반으로 이탈리아에서도 생산량이 많은 지역으로 1970년대까지만 해도 블렌딩이나 베르무트(Vermouth) 리큐르용 원료로 사용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산량 감축, 품종 개량 등을 통해 고급 테이블 와인이 생산되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지역의 주 품종은 프리미티보(Primitivo)와 우바 디 트로이아(Uva di Troia), 네그로아마로(NegroAmaro) 등이다. 뿔리아에서 자란 포도들은 공통적으로 풍성한 아로마와 감미로운 미감을 지닌다. 와인 산지는 크게 북부 구릉과 남부 평지로 나뉜다. 북부 구릉 지대는 다소 서늘한 기후에 대부분 북동향으로 배치됐다. 이곳 와인은 적당한 풍미 집중도를 지니며, 구조와 타닌이 좋으면서 우아하다. 남부 평지 포도원은 따뜻한 기후에 남서쪽을 향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 와인은 잘 익은 과실 향이 집중됐고, 타닌이 입에서 매우 부드럽다. ▲ 트룰리 포도밭의 ‘Trulli’ 유적 Masseria Borgo dei Trulli소제목에 원어를 그대로 썼다. 한글로 번역해 이해하기 어려울 때면 고유명사 그대로 이해하는 편이 낫겠지 싶었다. 먼저 첫 번째 단어, 마쎄리아(Masseria)~! 뿔리아 지방 도처에는 수백 년 전에 건조된 마쎄리아라는 역사적 건축물 유적을 곧잘 볼 수 있다. 마쎄리아는 16~18세기경 대농장의 한 가운데, 시골 영주들이 식료품과 소유물을 보관했던 대형 농업 단지 같은 것이다. 들판, 숲, 목초지 등 광대한 토지의 중심에 건설된 복합단지로서, 농작물과 농장 가축들을 돌보는 지주들과 농부, 농장 일꾼들이 거주했다. 축사와 식품 창고, 포도주나 치즈를 만들기 위한 부속 건물들로 구성됐다. 일부 마쎄리아는 기본적으로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보호되는 작은 마을로 발전했고, 중앙 안뜰은 여러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대부분의 마쎄리아는 터키인이나 해적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요새화됐다. 트룰리 농장은 양조장을 짓기 위해 이 역사적 건축물의 유적과 잔해를 이용하기로 했다. 마쎄리아유적의 형태와 규모를 유지하면서 초현대식 양조장 건물을 지은 것이다. 두 번째 단어 ‘보르고(Borgo)’는 중세 단어로 시골 마을 동네를 부르는 명칭이다. ‘마쎄리아로 형성된 마을’이라는 뜻이다. 세 번째 단어 ‘트룰리(Trulli)’ 역시, 뿔리아 지방의 전통 건축물에서 이름을 따 왔다. 역사적으로 ‘트룰로(Trullo, 복수형이 Trulli)’는 수백 년 전, 지역에 거주했던 사라센 주민들에 의해 주로 야전 피난처나 창고로 사용됐던 돌 오두막이다. 지금도 트룰리 농장의 포도밭에는 허물어진 트룰로들이 있으며, 작은 하얀 석회석을 둥글게 원뿔 형태로 쌓아 올린 모양은 트룰리 양조장 로고의 모티프가 됐다. 이처럼, 역사와 유적을 사랑하는 이탈리아 와이너리 사람들은 종종 그 형태와 모양, 모티프를 와이너리 건축물이나 레이블의 디자인으로 형상화시킨다. 트룰리 양조장도 마쎄리아와 트룰리 하우스의 모티프를 사용해 양조장 건물 디자인과 레이블의 문양으로 사용했다. 모든 와인의 레이블이 통일성이 있으며 색감의 화려함이 이루 표현할 수 없다. 역시 디자인은 이탈리아를 따라갈 수 없다. 뿔리아 와인의 멋과 맛을 담은 트룰리 와인코로나 감염병 사태 이전에 이탈리아 남부를 여행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에 담아오는 옥색 바다 이오니아~! 필자의 추억에도 정말 아름다운 바닷가였다. 트룰리 농장은 이오니아 해변으로부터 약 5km 떨어진 곳에 있는데, 행정 구역으로는 타란토(Taranto)도의 마루지오(Maruggio)시다. 와인 지도에서 본다면, 뿔리아 지방 최고의 DOP인 ‘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Primitivo di Manduria DOP)’ 와인 생산 구역의 한 가운데다. 트룰리 농장의 전체 규모는 45ha며, 26ha에 포도밭이 조성돼 있다. 그중 20여 ha는 지역 대표 품종인 프리미티보가 심어져 있다. 또한 본 농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살리체 살렌티노(Salice Salentino DOP) 구역의 중심에 네그로아마로 품종 밭 4ha가 있어서, 이 품종을 사용한 프리미엄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본 농장의 한 쪽에는 지역의 전통적인 관목 수형 형태인 알베렐로 풀리제(Alberello Pugliese, Bush training) 방식으로 포도 나무를 재배하는 구역이 있는데, 1950년대에 식재된 고목밭으로 농장의 최고급 와인들을 생산한다. ▲ 트롤리 와인 레이블 트룰리 양조장의 모회사 오리온 와인즈(Orion Wines)는 항상 일반 대중들이 쉽게 구입해서 마실 수 있는 흥미롭고도 근사한 와인들을 생산해 왔다. 그룹 소속 양조장들은 가장 현대적인 첨단 장비를 갖췄고, 정성껏 재배한 고품질 포도를 최적의 상태로 양조할 수 있도록 최선의 생산 규범을 만들어 뒀다. 시간이 흐르면서 뿔리아 지방의 잠재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실제로, 지역에 고유한 고블레 수형 방식(Alberello Pugliese)으로 재배한 고목으로부터 생산된 포도의 품질은 매우 뛰어났다. 트룰리 양조장의 수석 와인메이커는 알레산드로 미켈론(Alessandro Michelon)이다. 1977년생인 알레산드로는 이탈리아 북부 트렌티노(Trentino) 지방 출신으로, 1998년 양조학으로 유명한 ‘산 미켈레 농업연구소(Istituto Agrario di San Michele)’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트렌티노 지방의 여러 양조장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2000년 동료와 함께 오리온 와인즈 양조 회사를 설립했다. 국제 시장을 겨냥한 혁신적인 와인을 생산해온 오리온 와인즈 사는 빠르게 성장해, 이탈리아 전역에 17개의 와인 브랜드를 거느리게 됐다. 그럼, 이 역사적이고도 아름다운 레이블을 열어 보기로 하자~! 프리미티보, 루깔레,아빠시멘또Primitivo, Lucale, Appassimento 트룰리 양조장의 기본급 품종 와인으로, Primitivo 100%다. 프리미티보는 이탈리아 10대 품종 중 하나로, 뿔리아 지방의 가장 상징적인 품종이며, 뿔리아 전체 식재 면적의 14%를 차지한다. 본래 크로아티아의 토착 품종이었다가 역사상 어느 때인가 아드리아해를 건너 뿔리아 땅에서 번성했고, 19세기 말에 미국으로간 이민자들이 캘리포니아로 가져갔다. 그 곳에서 진판델(Zinfandel)이라는 새로운 세례명을 갖게 되고 지금은 캘리포니아의 터줏대감처럼 자라고 있는 매우 흥미로운 역사를 가진 품종이다. 조숙종으로 8월 중순이면 수확한다. 당 축적 능력이 뛰어나 당 함량이 높고, 안토시아닌 함량도 높아 ‘가벼운’ 품종 와인들의 블렌딩 파트너로 종종 초대된다. 본 와인은 뿔리아의 최남동쪽 살렌토 반도의 Salento IGP로 생산됐다. 수령 15~25년 사이의 나무들에서 8월 말 손으로 수확했다. 뜨거운 지역이라, 신선감을 위해 23~25°C의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발효시켰다. 자두잼, 블랙베리잼 풍미가 가득하고, 바닐라와 세이지 등 허브와 향신료 느낌도 살짝 가미돼 있다. 입안에서는 감미롭고 매끄러운 질감을 보이며, 잔당과 알코올감이 등장하는 와인으로서 알코올은 14%vol이다. 핫소스 피자, 미트소스를 곁들인 파스타, 양고기 등과 아주 잘 어울린다. 레이블 디자인은 트룰로의 돌 모티프를 넣어, 태양을 닮은 듯, 점점이 방사선 모양으로 펼쳐 나가는 기운을 표현하고 있다.Price4만 원대 프리미티보Primitivo, Salento IGP 25~35년 수령의 프리미티보 품종을 9월 초중순에 손으로 수확해, ‘아빠시멘또(Appassimento)’ 기법으로 12일간 건조 상태를 유지한 후 양조를 시작했다. 아빠시멘또 기법은 햇볕이 잘들고 건조한 다락방에 수확한 포도를 추가로 건조시켜 포도알의 수분을 증발시킨 결과 40% 이상 농축된 과즙을 얻을 수 있는 기법이다. 베네또 지방에서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Amarone Valpolicella)를 생산하는 기법으로 유명하다. 원액의 25%는 8개월간 프랑스 미국 오크통에서 숙성시켰다. 알코올 도수는 14.5%vol이다. 진한 석류 빛깔의 붉은 색이 강렬하며, 체리잼, 블루베리잼, 레드 커런트 등의 감미로운 과일향과 카라멜, 모카커피, 감초 등의 향신료의 향긋한 내음이 풍미를 북돋운다. 진한 타닌과 강한 알코올 그러나 달달한 감미로움이 드라이 와인을 감싸고 있다. 구운 고기와 경성 치즈 등이 잘 어울린다. 육각형의 레이블 안에 그려진 프리미티보 고목 나무의 의연한 자태가 인상적이다. 프리미티보 품종은 고블레 관목(Bush vine) 형태로 자라는데, 30년만 돼도 가지의 형태가 웅장하게 사방팔방으로 뻗친다.Price5만 원대 ▲ 아빠시멘또 네그로아마로, 리알라 Negroamaro, Liala 트룰리 농장의 가장 좋은 포도밭에는 60~70년된 프리미티보 고목이 있는데, 한 그루당 2~3송이만 달리게 해 농축시켰다. 조숙종인 프리미티보를 9월 중순까지 달려 있게 해 추가로 농축시켰다. 이때, ‘지로 델 피치올로(Giro del Picciolo)’ 기술을 사용한다. 펜치 같이 생긴 기구를 사용해 포도송이가 달린 자루 줄기를 짜 눌러서 더 이상의 수분이 들어가지 못하게 한 후 건조시키는 방법이다. 나무에 달린 채로 진행하는 아빠시멘토 기법이다. 발효를 다하고 드라이하게 양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알코올 도수는 무려 17.5%vol에 달한다~!! 필자가 마셔본 가장 높은 도수의 일반 와인이다. 중고 프렌치 오크통에서 10개월간 숙성했으며, 4개월간 추가 병입 숙성 후 출시했다. 매년 1만 병 한정 생산된다. 와인은 깊고 강렬한 붉은 색을 띠며, 말린 과일, 이국적인 향신료, 흰 후추, 초콜릿, 무화과 향이 진동을 한다. 부드럽고 우아한 타닌에 풀 보디의 균형잡힌 구조를 가지고 있어, 높은 알코올 도수의 느낌이 체감되지는 않는다. 바닐라, 건포도, 모카 커피, 감초 등 다채로운 복합미를 풍기며 1분 이상의 긴 여운을 자랑한다. 마치 드라이한 포트(Porto) 같다. 와인 뀌베 이름 ‘Mirea’는 태양의 여신을 상징한단다. 과연 레이블에는 태양의 밝은 빛이 방사선 모양으로 퍼져 나가며, 온갖 꽃과 식물들이 혜택을 받아 성장하는 것을 상징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양기와 풍요를 상징하고, 라틴어로 ‘Admire’ 라는 뜻처럼, 경배할 생명의 본질적인 근원처럼 여겨지는 근사한 와인이다.Price9만 원대 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 미레아Primitivo di Manduria,Mirea 네그로아마로 품종은 프리미티보 품종과 함께 뿔리아 지방을 대표하는 토착 품종이다. 약 14%로서 프리미티보와 동일한 비율이다. 기원전 7~8세기에 그리스 식민지 시기에 들어온 품종으로 추정된다. 이름 유래가 두 개인데, 포도알의 매우 진하고 어두운 색상(Negro)과 포도주의 쓴 맛(Amaro)으로 인해 붙여졌다는 설과, 라틴어 Black(Negro)과 그리스어 Black(Mavros)을 붙여 짙은 색상을 강조했다는 설도 있다. 만숙종으로 폭염을 잘 견디며 산도를 잃지 않는 특성을 가졌다. 이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면, 짙은 색상에 쓴맛도 좋다. 진한 과일 맛에 살짝 쓴 구석이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 매우 선호하는 품종이다. 본원에서 떨어진 살렌토 지역의 80년 수령의 고목으로부터 수확했다. ‘미레아’ 와인과 마찬가지로 나무에 달린 채로 아빠시멘토 과정을 자연스럽게 거친 포도를 사용했다. 중고 프랑스 오크통에서 약 7~8개월간 숙성시켰으며, 알코올 도수는 16.5%vol이다. 연간 1만 5000병 한정 생산된다. 진한 흑적색, 블랙 커런트와 블랙베리, 들판의 볏짚 뉘앙스, 다소 토속적인 농장향도 느껴진다. 진하고 매끄러운 타닌과 부드러운 질감이 강한 알코올 안에 잘 녹아들었다. 계피와 정향, 바닐라 등 향신료 향이 이국적이며, 긴 피니시 끝은 살짝 씁쓸하게 마감하며 품종 이름값을 한다. 양고기 갈비구이와 숙성된 치즈, 향신료가 들어간 화이트 소시지 등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와인의 뀌베명 ‘Liala’는 밤의 여신이라는 뜻이다. 레이블의 검푸른색은 밤의 색상이며, 초승달도 그려져 있다. 달은 밤을 비추며 음기 에너지로 시간의 절반을 지배한다. 갑자기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에 나오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가 생각난다. “아~아~아~아~~~!” 이 노래를 틀어놓고 마셔 볼까?Price9만 원대
작성일
2021.03.09
글제목
[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INTRIN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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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같은 코로나19로 얼룩진 2020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다. 1월 한 달 만큼은 새로운 해의 희망을 담아 춤도 추고 싶고, 노래도 부르고 싶다. 코로나19를 쫓아낼 살풀이 춤이라도 한판 추고 싶다. 마침 필자의 이러한 소망을 담은 정말 특이한 레이블 디자인의 와인을 발견했으니, 이 와인은 단연 1월 이 달의 와인이 될 운명이리라. 이름도 멋진 ‘인트린직’과 그 레이블을 소개한다. 리틀 캘리포니아, 워싱턴주 와인산지 2만 2700ha의 포도밭 면적을 가진 미국 2위의 와인 산지, 워싱턴주~! 미국 북서부 최북단에 위치하며, 캐나다와 국경을 이룬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타벅스의 도시 시애틀이 주도다. 워싱턴주의 기후는 캐스케이드 산맥을 가운데 두고 동서가 매우 다르다. 시애틀이 있는 서쪽은 태평양으로부터의 강수량이 매우 많고 서늘하지만, 산맥 이면의 동편은 펜 현상에 의해 매우 고온건조한 기후가 형성돼 사막성 기후 특성을 보인다. 연간 강수량이 150~250mm 정도로, 콜럼비아 강의 관개 수로망에 의존해 농사를 짓는다. 하루 최대 17시간의 일조 시간을 자랑하는 워싱턴주는 세계에서 가장 일조량이 풍부한 곳 중 하나다. 게다가 사막성 기후니, 낮과 밤의 일교차가 매우 커 포도 과실의 산도가 매우 높게 형성되는 장점을 가진다. 이는 와인의 장기 숙성력을 높여 주고, 음식과의 친화력을 좋게 해 준다. 청포도로는 샤르도네와 리슬링, 적포도로는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등이 주력 품종이다. 세계적 와인 평론지들로부터 레드, 화이트 모두에서 밸류 와인의 보고로 인정받고 있다. ‘Little California’라는 별명이 딱 들어 맞는다~! 인트린직의 모 회사, 생 미셸 와인 에스테이츠 미국 7위 규모 회사며 위싱턴주 총 와인 생산의 60%를 담당하는 위싱턴 최대 회사로서, 시애틀 외곽에 위치한 ‘생미셸 와인 에스테이츠(Ste. Michelle Wine Estates, SMWE)’는 193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특별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생미셸 브랜드 와인 레이블이 1967년에 처음 도입된 이래, 생미셸 와인 에스테이츠의 포도밭은 워싱턴을 넘어 오리건과 캘리포니아에 이르기까지 1500ha이상 확장됐다. 생미셸 와인 에스테이츠는 인트린직을 비롯한 수십 개의 자체 브랜드와 꼴 솔라레를 비롯한 십 수개의 파트너십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적 명품 와인 그룹이다. 특히, 토스카나의 피에로 안티노리와 협업한 콜 솔라레(Col Solare), 독일의 에른스트 루젠과 협업한 에로이카(Eroica) 리슬링, 프랑스 론의 미셸 가씨에(Michel Gassier)와 필립 깜비에(Philippe Cambie)와 협업한 테네트(Tenet) 등이 주목할 만하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안티노리, 칠레의 하라스(Haras), 샹파뉴 니꼴라 페이야트(Nicolas Feuillatte), 뉴질랜드 빌라 마리아, 스페인의 토레스와 장레옹, 칠레의 미겔 토레스 와인 등 유명 브랜드의 미국 내 독점 수입원이기도 하다. 이런 욕심쟁이 브랜드 그룹, 생미셸 와인 에스테이츠에서 2014년 ‘인트린직(Intrinsic)’이라는 새로운 브랜드 와인을 론칭했다. 탄생 배경에는 완전히 생경한 사고와 한 명의 천재 양조가, 또 한 명의 천재 예술가가 있었다. 아방가르드 까베르네 소비뇽, 인트린직 인트린직의 와인메이커 후안 무뇨즈오카(Juan MuñozOca)는 20년 동안 와인 양조에서 많은 전통적인 경계를 허물어왔다. 아르헨티나의 멘도사 출신인 후안은 아르헨티나 국립대학에서 농업기사 학위를 취득하고, 스페인 리베라 델 두에로에서 포도 재배를 배웠다. 드디어 2001년 운 좋게도, 당시 워싱턴 주립대학의 최고 포도 재배자였던 전설적인 로버트 웸플 박사(Dr. Robert Wample)를 만나 감화를 받고, 미국 워싱턴주에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2003년부터 워싱턴주 패터슨의 콜럼비아 크레스트(Columbia Crest) 와이너리에서 수많은 90점 이상의 와인을 제조하고,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지에서 선정한 워싱턴 유일의 ‘Top 100 리스트’ 1위 와인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워싱턴주에서의 이러한 경험과 리더십을 통해, 특히 까베르네 소비뇽 등 레드 와인의 생동감 있으면서도 우아한 특성을 탐구하고 새로운 최첨단 기법을 확립할 수 있었다. 2015년부터 후안은 인트린직 양조장과 함께 ‘장기 연장 껍질 침용(Extreme Extended Maceration)’ 기법을 실험했다. 이 프로젝트는 워싱턴 주 까베르네 소비뇽 타닌의 품질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였을 뿐만 아니라, 전위적이며 모험적인 스타일 와인(An Avantgarde, GaragisteStyle Wine)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그는 실험이나 기존 와인 양조의 경계를 뛰어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수년 동안 그는 초장기 침용 기법을 실험해왔다. 자신의 가설이 틀리면 잠재적으로 포도를 망칠 위험에도 불구하고, 그는 포도 껍질에서 더 많은 것을 추출해 와인에 더 많은 층과 깊이감을 줄 수 있다고 믿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그는 완숙된 타닌과 부드러운 질감의 아방가르드 스타일의 까베르네 소비뇽을 만들었다. 인트린직 와인을 차별화시키는 것은 초장기 껍질 침용 기법인데, 이는 포도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품질을 개발해 더 복합적인 층을 끌어내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양조 방법으로 다소 촌스러운듯 우아한 질감을 구현할 수 있었다. 향에 있어서도 까베르네 소비뇽의 고유한 향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추가적인 미네랄 터치와 감칠맛을 얻을 수 있었다. 인트린직 와인은 탄생 자체가 반항의 철학으로 가득하다. 이제까지 존재했던 여러 관행들을 저버리고 탄생한 신시대의 상징 같은 것이다. 인트린직은 도시 환경에서 거리 예술이 새로운 문화적 비전을 제시하는 현실을 목도하고 창안한 것이다. 정제되고 단정한 도시 환경에서 새로 등장한 거리 예술은 파격적이며 전위적인 움직임으로 도시에 역동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통찰력을 와인 양조에 적용해, 인트린직 와인은 포도가 재배되는 농업적 환경과 와인이 만들어지는 공업적 양조 시설의 괴리를 극복하고자 기획됐다. 와인 메이커, 후안 뮈뇨즈 오카는 와인 양조 역시 주변의 농업적 환경과 현대적 양조 기술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이와 동일하다고 봤다. 그는 도시 미학의 영역을 거리 예술이 증강하듯, 워싱턴주 포도의 멋진 타닌을 이용해 까베르네 소비뇽의 기존 영역을 넓혀 보려 했다. 포도 껍질의 타닌을 더 많이 추출함으로써 와인에 다층적 구조와 깊이감을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장기 연장 침용 추출 기법’이며, 몇 해에 걸친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인트린직이 탄생됐다. 거리 예술과 와인 양조를 연결하려고 하는 이러한 통찰력은 나중에 와인 레이블 디자인에까지 이어진다. 이것은 레이블인가? 캔버스인가! 인트린직 와인 레이블은 브루클린의 유명한 거리 예술가 짐머(Zimer)가 디자인했다. 뉴욕 퀸즈에서 태어나고 자란 짐머는 뉴욕기술원에서 건축학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그래피티 미술을 주축으로 그림, 조각, 건축, 미술, 문신 등으로 진화하며, 신흥 스트리트 예술의 세계로 빠져들게 됐다. 짐머와 레이블 작업진들은 수개월에 걸쳐 레이블 디자인의 세부 사항들에 대해 논의하고, 형상을 만들고, 스케치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 후 짐머는 먼저 캔버스에 작업했다. 검은색, 흰색, 빨간색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고, 선은 검은색 페인트 마커를 썼다. 그리고 최종 종이 레이블 도면을 완성하는데 4일이 걸렸다. 유튜브에서 ‘Intrinsic label art in the making in 60 secs’를 검색하면, 짐머가 어떻게 캔버스에 이미지를 완성했는지를 고속 촬영 기법으로 볼 수 있다. ▲ 브루클린의 거리예술가, 짐머 거리 예술을 주요 시각적 요소로 한, 인트린직 레이블은 도시의 에너지와 미적 감각을 포착한다. 긴장과 흥미를 연출하기 위해 감각적이고도, 원시적이고, 우아한 디테일의 균형을 추구했다. 레이블에 대한 그의 영감은 와인 그 자체로부터 나왔으며, 이 제품은 전통에 깊이 뿌리박고 있지만 현대적 취향에 맞게 재조명된 제품이라고 짐머는 말한다. “붉은 원피스를 입은 여성은 와인글라스처럼 시대를 초월하며 관능적이에요. 내 일은 그것을 현대적인 거리 예술 방식으로 재구상하는 것입니다. 와인이 병을 타고 따라지듯 옷도 따라 흐를 것입니다.” 와인이 포도밭을 반영하는 것처럼, 거리 예술은 주변의 환경을 반영한다. 둘 다 예술가와 주변 환경간의 협업이다. 거리가 같은 방식으로 두 번 다시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와인 한 잔에 담긴 와인도 같은 빈티지의 같은 와인이더라도 결코 같은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와인과 예술이 서로를 완벽하게 보완한다고 생각해요.”라고 짐머는 말을 잇는다. “난 좋은 와인은 우리의 감각을 저 너머로 열어준다고 믿어요.” 필자도 이 레이블을 보며, 예술 작품을 볼 때 항상 필요한, 보다 추상적인 초점을 갖게 되기를 바라며, 와인을 오픈했다. 인트린직, 까베르네 소비뇽 Intrinsic, Cabernet Sauvignon 인트린직 까베르네 소비뇽은 놀라운 복합미와 야생적인 개성을 담뿍 담았다. 전체의 50%의 포도는 앞서 설명한 장기 침용 기법으로 9개월간을 침용시켰다. 그 결과 포도의 본질적인 특성을 충실히 담아내면서도 매끈한 타닌과 비단결같은 질감을 완성해낼 수 있었다. 전체의 10%의 포도는 콘크리트조에서 발효를 시켰는데, 이는 와인에 미네랄 터치를 더하기 위함이다. 최종 블렌딩에서는 50% 정도의 오크통 숙성된 원액이 들어갔다. 오크통 숙성을 함에 있어서도 새 오크통은 사용하지 않고 중고 프랑스 오크통에서 12개월을 숙성시켰다. 미량(6%)의 까베르네 프랑이 최종 블렌딩됐는데, 이로써 레드 와인에 신선미와 추가적인 복합미를 넣을 수 있었다. 필자가 시음한 2017년 빈티지는 비교적 서늘한 빈티지해였다. 워싱턴주에서도 가장 품질이 좋은 호스 헤이븐 힐즈(Horse Heaven Hills)의 포도와 일반 콜럼비아 밸리 포도를 블렌딩했다. 매우 짙은 석류색에 블랙 커런트, 블랙 체리, 제비꽃향이 우아하게 피어난다. 이어서 민트향과 아니스, 커런트와 고추향도 등장하며, 부드러운 오크 숙성에서 오는 바닐라향, 코코넛, 스모크향이 후반에 등장한다. 입안에서는 블루베리 잼, 석류, 초콜릿 톤 풍미가 전해지며, 따뜻한 온기 속에 견고한 몸집과 세련된 타닌 질감이 돋보인다. 필자는 이 와인을 양갈비 구이와 마셨는데, 양고기 특유의 동물향 고기냄새를 인트린직 와인이 잘 잡아 줬다. 돼지 갈비 구이에도 잘 어울릴 것으로 생각된다. 2014년 론칭 첫 해에 생산된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은 세계적인 와인 평론지인 와인 스펙테이터지(Wine Spectator)와 와인 엔쑤지에스트지(Wine Enthuisast) 모두에서 선정한 ‘2016년 Top 100 리스트’에 모두 92점으로 각각 32위와 97위에 랭크됐다. 플라멩코 레이블을 기억하자.Price 9만 원대 인트린직, 레드 블렌드 Intrinsic, Red Blend 정말 특이한 조합이다. 말벡과 까베르네 프랑이라니~! 둘 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온 품종이니, 동향 출신으로 기본적인 궁합은 맞겠지만, 그 비율이 각각 반반씩 사용했으니, 블렌딩에서 융합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와인메이커 후안 뮈뇨즈 오카의 재능이 돋보인다. 그가 찾아낸 비장의 양조 무기는 바로… “Swapping the Skins” 테크닉~! 까베르네 프랑은 말벡의 껍질 위에서 발효하고, 말벡은 까베르네 프랑의 껍질과 함께 발효한다. 이로써 자연스럽게 블렌딩이 이뤄지며, 이는 와인 원액의 블렌딩보다 더욱 멋진 결과를 냈다. 물론, 이 집의 전매특허인 9개월 초장기 침용 기법은 기본으로 깔고 들어간다. 오크통 숙성에서는 ‘세련미’를, 껍질 장기 침용 숙성에서는 ‘원시성’을 그리고 시멘트조 숙성분에서는 ‘미네랄 톤’을 얻게 된 것이다. 복잡하고도 놀라운 양조법이 아닐 수 없다. 필자가 시음한 2017년 레드 블렌드는 말벡의 특징적인 자두와 블루베리 풍미가 가득하고, 커런트와 후추, 고추, 먼지 향이 은은하게 배어 나온다. 뒤이어 모카 커피향과 스모크, 다크 초콜릿 풍미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부드러운 산미와 매끈한 타닌감, 볼록한 살집이 미디엄 바디 근육 속에 담겨져 있는 매혹적인 입맛이다. 로버트 파커 사이트에서는 89점을 줬고, 제임스 서클링 사이트에서는 93점을 받았다. 시애틀 타임즈지의 앤디 퍼듀(Andy Purdue)는 “샤또 생미셸 이스테이트사가 새로운 와인을 선보였는데,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완전 새로운 것이다.”라는 감흥을 전했다고 한다. 품질 대비 낮은 가격으로 세계 시장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이 와인의 레이블을 한번 본 사람은 꿈속에서까지 기억할 것이고, 가격 또한 매우 매력적이어서 2021년 한국 시장의 돌풍이 예상된다. 꿈에서라도 코로나 공포를 잊고 새해맞이 멋진 춤을 춰 보자. 빨간 춤을~!Price 9만 원대
작성일
202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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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파이로스 와인(Pyros W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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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12월~! 연말이 되면 부쩍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바다를 보며 역동적인 한 해를 시작했다면, 높은 산 정상에서 장엄하게 한 해를 마감하려는 뜻일까? 고요하고도 웅장한 산은 생각의 깊은 원천이며 삶에 대한 경외심을 잃지 않게 한다. 그리고 산의 가장 높은 곳에서 새해의 새로운 태양을 맞는다. 이 즈음이니, 필자는 이 달에 산의 와인을 소개하려 한다. 지구상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와인산지에서 생산되는 와인, 안데스 산맥의 와인, 아르헨티나의 파이로스(Pyros)다. 멘도사를 대체하라, 산 후안 San Juan 1554년 스페인 이민자들에 의해 첫 포도밭이 식재된 아르헨티나는 현재 약 22만 3000ha의 포도밭을 가진 세계 5위권의 와인 대국이다. 자국 내 와인 소비가 세계 7위로 수출 비중은 칠레보다 낮아 우리나라에서는 칠레 와인보다 덜 알려져 있다. 이런 아르헨티나가 뛰어난 자연 조건과 충분한 생산량에 힘입어 남미 와인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안데스 산맥의 높은 해발 고도에서 풍부하게 쏟아지는 햇살과 높은 일교차로 품질 좋은 포도를 얻을 수 있는 아르헨티나는 최근 프랑스나 이탈리아, 미국 등 와인 강국의 러브콜을 받으며 잇단 기술 지원과 협력으로 새로운 도약을 기약하고 있다. 지난 세기까지 아르헨티나의 와인 산지는 멘도사(Mendoza Province)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으며, 이미 현대적 생산 기술에 유럽 품종들이 모두 들어와 있는데, 아르헨티나의 특색 있는 품종은 말벡이다. 보르도의 블렌딩 품종으로서 프랑스 남서부에서 주로 재배되는 말벡은 아르헨티나의 건조한 고산 기후에 최적 품종으로 자리 잡았다. 안데스 고산지대는 대륙성 준사막 기후로, 연 200~250mm 정도의 적은 강수량으로 건조하고 화창한 날씨가 300일 이상 유지되고, 안데스 만년설이 포도나무의 관개를 돕는 청정 포도 재배 지역이다. 해발고도가 높은 만큼 일교차가 크고, 포도는 서서히 익는다. 산 후안(San Juan Province)은 아르헨티나에서 두 번째로 큰 와인 생산 지역으로, 멘도사를 대체할 수퍼 루키다. 총 식재 면적은 4만 9000ha로, 아르헨티나 전체 와인의 28.5%를 생산한다. 포도밭의 해발 고도는 600~1400m 사이에 있으며, 멘도사와 유사한 환경이나 훨씬 거칠다. 안데스 산맥에서 불어오는 건조한 바람 ‘존다(Zonda)’의 영향으로 세계에서 가장 화창한 기후 지역 중 하나인 곳으로 큰 일교차와 풍부한 일조량이 특징이다. 지난 세기까지는 낮은 품질 와인이나 증류주를 생산했던 곳이었으나, 21세기 들어, 뛰어난 테루아를 가진 소구역을 발굴해 아뻴라시옹(Appellation 공인와인생산규정)을 부여하며 품질 와인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 고도가 가장 낮은 툴룸 벨리(Tulum Valley)에서 가장 높은 지대인 페데르날 밸리(Pedernal Valley)까지 테루아가 세분화됐다. 이 중,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페데르날 밸리는 2007년에 아뻴라씨옹(Geographical Indication,G.I.)을 획득했다. 이곳은 산 후안 주의 남서쪽에 위치해 있으며, 산 후안 시로부터 약 90km 정도 떨어져 있다. 해발 고도 1250~1500m의 고지대로 인근 페데르날 산맥이 병풍처럼 보호하고 있다. 각종 병충해와 문명으로부터 완전히 동떨어진 오지로 매우 거칠고 삭막한 특별한 테루아를 가진다. 산 후안의 불꽃, 파이로스 와인즈~! 보데가스 살렌타인(Bodegas Salentein) 양조사의 창립자인 마인데르트 폰(Myndert Pon)이 산 후안 지방의 페데르날 밸리 구역을 처음으로 방문한 것은 2008년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오지의 거친 자연이 낳은 고유한 아름다움과 다채로운 테루아를 발견하고는 곧바로 투자를 결정했다. 파이로스 포도밭은 총 350ha인데, 그중 80ha에 말벡 품종을 식재했다. 언덕의 윗부분은 석회질 함량이 매우 높은 토양이며, 아래로 내려가면서, 미세한 점토와 자갈층이 나온다. 남향으로 열려진 방면에서는 시원하고 건조한 남풍이 불어와 포도밭을 건강하게 유지시켜준다. 이곳에서 낮과 밤의 일교차는 18~20°C까지 된다. 이런 모든 조건으로 포도알의 껍질이 두꺼워지며, 폴리페놀 함량이 높아지고, 당과 산의 균형이 이상적으로 맞춰진다. 결과적으로 파이로스 밭의 와인은 더욱 진한 색상과 아로마와 풍미가 뚜렷하며 다채롭고, 장기 숙성력도 곁들이게 된다. 파이로스 와인은 해발 1400m 안데스 산맥에 위치한 페데르날 계곡의 고립된 암석투성이 밭의 산물이다. 선사시대 해양 퇴적물에서 유래한 귀중한 석회암과 부싯돌 토양, 최적의 서늘한 날씨를 가진 이곳에서 뛰어난 농축미와 독특한 표현력을 지닌 세계적인 와인을 탄생시켰다. 페데르날 밸리의 동편, 파이로스 밭이 있는 곳은 4억 8000만 년전의 해양 퇴적층에서 유래한 석회질이 풍부한 토양이며, 이산화 규소암(Silicon Dioxide Rocks)과 더불어 페데르날 밸리 와인에 매우 고유한 미네랄 특성을 불어 넣어 준다. 산 후안 지방 페데르날 밸리 와인이 멘도사 지방 와인과 다르다면, 바로 이러한 토양 구성이 영향을 끼친다고 보겠다. 섬세한 타닌 구조, 풍부한 과일향, 깔끔한 미네랄 표현, 높은 산미, 이것이 페데르날 테루아의 진솔한 표현이다. 현재, 파이로스 와인즈의 포도밭 관리는 구스타보 매톡(Gustavo Matocq)이 담당하고 있다. 그는 프랑스 몽펠리에 농대에서 농학기사 학위를 받았으며, 2006년부터 페데르날 밸리의 테루아에 적합한 포도 재배 방법을 연구해 왔다. 파이로스의 와인메이커는 2011년부터 근무했던 호세 모랄레스(José Morales)가 떠나고, 2020년 2월부터는 전년도에 합류했던 파울라 곤살레스(Paula González)가 맡게 됐다. 스페인 등지에서 경험한 유럽적인 와인 생산 전통을 잘 소화해 내며, 페데르날 밸리의 테루아에 최적화된 새로운 와인이 탄생될 것을 기대한다. 양조 컨설턴트는 캘리포니아의 전설적인 양조학자 폴 홉스(Paul Hobbs)다. 그의 이름이 들어가가는 곳마다 마법같은 와인을 만들어내는 양조 전문가다. 파이로스 와인이 불과 20년도 안 되는 기간에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한 숨은 공로자이기도 하다. ▲ 신임 와인메이커, 파울라 곤살레스(Paula González) 와이너리 이름 ‘파이로스’는 ‘불(Fire)’이라는 원주민 용어에서 유래했다. 페데르날 밸리에는 부싯돌(Flint)이 많은데, 토착 원주민들은 이 돌을 부딪쳐서 불꽃을 내어 불을 피웠다고 한다. 페데르날 밸리의 역사와 테루아에 헌정된 이름이 아닐 수 없다. 불꽃 같은 와인, 파이로스를 만나 보자. ▲ 파이로스 와인 라인업 파이로스 말벡 아뻴라시옹Malbec, Appellation 아뻴라씨옹~! 어차피 프랑스적 개념이기에, 불어로 발음해 봤다. 파이로스 와인이 만들어지는 페데르날 밸리는 2007년에 아뻴라씨옹(Geographical Indication,G.I.)을 획득했다. GI는 동일한 테루아를 공유한 지역을 구획해 명칭을 부여하는 아르헨티나의 와인 인증 체계다. 아뻴라씨옹은 파이로스 사의 기본급 와인이다. 전체 80여 ha의 말벡 밭에서 생산되는 포도 중, 일정 품질 이상의 포도를 모아 블렌딩한 와인이다. 어느 한 싱글 빈야드나 상품 포도만을 선별해 만든 것이 아니기에, 페데르날 벨리 와인의 특성을 가장 표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와인이 되겠다. 말벡 100%이며, 소출율은 100hl/ha다. 숙성에 사용된 오크통은 모두 한 번 이상 사용했던 것으로, 프랑스 오크통과 미국 오크통을 절반씩 사용했으며, 10~12개월 정도 숙성시켰다. 페데르날 테루아의 풍부한 과일향을 살리기 위한 현명한 오크통 사용법이다. 필자가 시음한 2017년 빈티지 아뻴라시옹은 알코올 14.5%vol의 힘과 섬세함을 겸비한 와인이었다. 제비꽃 향기가 처음부터 강하게 들고 나오며 아르헨티나 말벡의 풍미를 북돋는다. 이어서 블랙베리와 체리향, 그리고 정향과 아니스의 상큼한 이국적 터치가 곁들인다. 미감에서는 풍부한 타닌과 다양한 폴리페놀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높은 산미와 너그러운 알코올이 긴 피니시를 남기고 사라질 즈음에 페데르날 석회석에서 오는 텁텁한 그립감이 아련하게 등장하는 묘미는 덤이다. 하얀색 레이블 위에는 멀리 안데스 산맥부터 시작되는, 층층이 이어지는 산맥의 실루엣과 땅속 깊은 곳까지 이어지는 토양층을 가늘게 회색 펜으로 그려내, 페데르날 테루아를 그대로 잘 표현했다. 낮은 시판가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멋진 품질이다. 아르헨티나 출신 와인마스터(MW) 팀 앳킨(Tim Atkin) 점수 92점을 획득했다. 일상의 불고기와 바비큐, 각종 고기구이와 잘 어울리겠다.Price 5만 원대 파이로스 말벡 블록4Malbec, Single Vineyard, Block No.4 싱글 빈야드 와인 콘셉트는 유럽에서 시작해, 이제는 뉴월드 생산 지역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No.4 블록은 파이로스 빈야드의 가장 상부 구획이며, 회사의 포도밭 관리자 구스타보 매톡(Gustavo Matocq)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조성한 밭이다. 이곳의 토양은 매우 복잡하다. 전 세계에 7%밖에 없다는 석회석이 가장 풍부한 곳이며, 여기에 충적토와 부싯돌 그리고 점판암에 화강암까지 매우 다양한 토양 성분이 존재한다. 말벡 100%며, 소출율은 75hl/ha다. 숙성에 사용된 오크통은 모두 한번 이상 사용했던 것으로, 프랑스 오크통과 미국 오크통을 절반씩 사용했으며, 14~16개월 정도 숙성시켰다. 필자가 시음한 2015년 빈티지는 알코올 14%에 3만 병 생산됐다. 제비꽃과 감초, 바닐라, 토스트향에 약간의 타르향도 저변에 깔려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로즈마리와 세이지향 등 허브향이 매우 고아하게 번지며, 이국적인 안데스 산맥의 바람 내음을 전해 준다. 첫 입맛에서는 매우 견고하고 강인한 몸집을 드러내나, 30분 정도 지나면, 말쑥한 타닌과 정돈된 미감을 풀어 놓는다. 부드럽고 유연한 조직감에 상승감을 주는 산미, 인상 깊은 미네랄 터치가 근사하다. 시골의 한적한 밭길에서 멋드러진 신사를 만난 기분이다. 산 후안 지방 페데르날 밸리 말벡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놀라운 샘플이다. 팀 앳킨 MW 점수 96점을 획득했다. 이 와인을 처음 봤을 때, 레이블의 페데르날 산맥과 포도밭의 검은 실루엣이 다소 음침하고 무섭게 보였는데, 정작 그 내용물은 이리도 세련된 것을~!Price 10만 원대 파이로스 스페셜 블렌드Pyros, Special Blend, Limited Edition 스페셜 블렌드다. 말벡은 파이로스 포도밭의 Blocks N°5와 N°13이 사용됐고, 시라와 까베르네가 합류했다. 필자가 시음한 2014년 빈티지에는 핵심 품종 말벡에 시라 품종이 22%,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이 8%가 블렌딩됐다. 시라 품종은 이미 칠레에서부터 남미 대륙의 기후에 완벽하게 적응한 품종으로 인정받았으나, 아르헨티나에서는 많이 사용되지 않았다. 그런 이미에서 22%의 시라를 블렌딩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며, 블렌딩 기술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8%의 까베르네 소비뇽이 포함됨으로써, 레드 와인의 품격과 우아함이 더욱 고양됐다. 숙성에 사용된 오크통은 프랑스 오크통과 미국 오크통을 절반씩 사용했으며, 10% 정도는 새 오크통에 넣었고, 20개월 정도 숙성시켰다. 필자가 시음한 2014년 빈티지는 알코올 14%에 1만 2000병 생산됐다. 색상은 짙은 석류색에 살짝 벽돌색 뉘앙스가 가미됐다. 잔에 따르자마자 폭발적인 블랙 체리와 블랙베리, 강한 과일 풍미가 드러난다. 이어서 블랙커런트와 민트향이 특징적으로 올라오며, 먼지향, 감초향, 얼그레이향이 복합미를 형성한다. 후반부에는 토스트, 다크 초콜릿 등 감미로운 향들이 기분 좋게 마무리한다. 입안에서는 말쑥한 타닌이 미국 오크에서 오는 크림 질감과 합쳐져서 매우 우아한 조직감을 준다. 2시간 정도 디캔팅한 것이 주효했다. 잘 익은 과일과 모카커피, 바닐라 삼총사가 이루는 감미로운 풍미에 세련된 질감이 이루는 놀라운 하모니, 스페셜 블렌드다. MW 팀 앳킨은 97점을 줬구나, 조금 더 줘도 되는데...!Price 13만 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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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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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파또리아 데이 바르비(Fattoria dei BAR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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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로나19 뉴스와 함께 매일같이 등장하는 뉴스가 아파트 값, 전세 값 상승이야기다. 천정부지로 치솟는단다. 와인을 만드는 포도밭도 예외는 아니다. 유명 산지 포도밭 가격은 아파트값보다 비싸다. 전 세계에서 포도밭 땅값이 비싼 곳이 몇 곳 있는데, 이탈리아에서 가장 비싼 곳이 토스카나 몬탈치노 지역이다. 이곳의 땅값은 1ha(3000평)에 약 60억이다. ‘억’소리 난다. 이곳에서는 어떠한 와인이 생산되기에 이토록 비싼 것일까? 금싸라기 땅, 몬탈치노 Montalcino 시에나(Sienna)의 멋진 대성당을 뒤로 하고, 남쪽으로 달리면 1시간 안에 도착하는 작은 산동네가 있다. 해발 고도 300~600m 사이에 있는 산 중턱에 형성된 와인 산지다. 북쪽에는 성벽에 둘러싸인 중세 도시 마을 몬탈치노가 자리 잡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오르치아(Orcia), 아쏘(Asso) 그리고 옴브로네(Ombrone), 세 강의 골짜기에 둘러싸여 있다. 지름 약 16km의 네모난 정방형 모양을 하고 있으며, 면적은 2만 4000ha다. 이미 10세기 무렵부터는 몬탈치노의 구릉 지대에서 포도가 재배됐으리라고 짐작하고 있지만,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이하 브루넬로) 와인의 역사는 이탈리아의 다른 와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끼안티(Chianti)를 비롯한 이 지역의 다른 와인의 역사는 수세기 정도 거슬러 올라가지만, 브루넬로 와인은 170여 년 밖에 되지 않는다. 이전까지는 일반 잡다한 품종 와인을 생산했던 이 지역에서 진정한 브루넬로의 출발점은 1840년대 클레멘테 산티(Clemente Santi)가 산죠베제의 한 클론을 선별해, 일 그레뽀(Il Greppo) 농장 밭에 심은 때다. 일반 산죠베제보다 우월한 특성을 지닌 이 브루넬로 클론을 그의 손자인 페루쵸 비온디가 발전시켰고, 이 가문은 후에 이 클론을 독점하지 않고 주변 농장들에게 개방해, 오늘날 몬탈치노 생산 지역의 특산품이 되게 했다. 위대한 스토리다. 브루넬로 와인은 산죠베제 품종이 낼 수 있는 가장 최고도의 표현을 달성했다고 여겨진다. 브루넬로 와인은 힘과 농축미, 복합미와 개성을 결합시켜, 몇몇 끼안티 와인과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챠노(Vino Nobile di Montepulciano) 와인만이 따라올 수 있다. 이러한 품질의 배경에는 브루넬로 클론 때문만은 아니고, 토양 성분, 기후 조건, 고도 그리고 규정(DOCG)이 요구한 숙성 조건 등 여러 조건이 잘 맞았기 때문이다. 브루넬로 생산 조합에서 통제하는 낮은 소출량과 품질 규정, 오크통 숙성 2년을 포함한 총 4년의 숙성 기간을 지킨 기본 빈티지 브루넬로 와인은 진한 색상에 풍부한 맛과 향, 농축미를 겸비한 레드와인이다. 여기에 1년을 추가로 숙성시키는 리제르바(Riserva) 고급형은 혀를 휘감는 강한 타닌과 견고한 산도, 진한 농축감을 가지고 있기에 장기 숙성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위대한 와인이 그렇듯, 부르넬로 와인도 숙성을 필요로 하며, 초기에는 거칠고 부조화스럽게 느낄지라도, 숙성이 되면서 섬세함과 조화스러움을 갖춰가며 벨벳과 같은 질감을 나타낸다. 조용하고 어두운 지하에 고히 뉘어 보관할 것이며, 마시기 1~2일 전에 시원한 장소에 세워서 디캔팅을 준비해야 한다. 1950년대까지는 오직 한 와이너리(BiondiSanti)에서만 생산됐다가, 1966년에 DOC 등급으로, 1980년에 DOCG 등급으로 승격되면서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 오늘날 250여 개 생산자가 1000만 병에 가까운 와인을 생산한다. 그중에서 이달에 필자를 매료시킨 와인은 바르비(Barbi) 농장이다. 행운의 비둘기를 아시나요? 바르비~! 이달의 주인공 파또리아 데이 바르비(Fattoria dei Barbi) 와인 생산 농장은 누구나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와인 레이블을 가졌다. 바로 평화와 행운을 상징하는 비둘기 네 마리가 파란색 새 장에 들어 있는 듯한 그림 레이블이다. 필자는 처음에 언뜻 보고 카나리아인줄 알았다. 왜 상징 동물이 비둘기일까? 생각해 보니, 이 가문의 이름, 꼴롬비니(Colombini)와 연관이 있을 듯하다. 비둘기가 영어로는 도브(Dove), 피전(Pigeon)이지만, 이탈리아어로는 꼴롬바(Colomba)다. 그 복수 형태가 꼴롬비(Colombi)고, 작은 비둘기를 뜻하는 접미사를 붙이면 꼴롬비니(Colombini)가 된다. 아마도 이 가문은 옛날 옛적에 비둘기를 키우는 직업을 가졌거나 비둘기를 좋아해서 자기들의 성씨로 삼은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이것은 필자의 해석이지만 꽤 그럴 듯하지 않은가? 꼴롬비니 집안은 1000년대부터 토스카나 주에서 가장 큰 도시 중의 하나인 시에나(Sienna)에서 활약한 명문 집안이었다. 13세기에 꼴롬비니 가문은 푸른색 바탕에 귀족의 크라운 관과 황금 외투를 두르고, 네 마리의 작은 비둘기가 황금색 십자가로 나눠진 공간 안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었다. 네 마리의 비둘기는 초기 가문의 네 아들을 상징한다고 하며, 이 문장은 지금도 바르비 와인의 레이블을 멋지게 장식하고 있다. 처음에는 양모업을 해 오다가 16세기에 은행업으로 전환, 시에나에 본사를 두고 이탈리아 주요 지역과 마르세유에 지점을 뒀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시에나 공화국으로부터 여러 성과 토지를 하사받았는데, 1352년에 드디어 몬탈치노에 성과 땅을 갖게 됐다. 이후 꼴롬비니 가문의 사람들은 몬탈치노 마을의 시장도 역임하고, 훌륭한 군인과 선원, 학자 등을 배출했다고 한다. 드디어 1790년대부터는 양조장을 짓고 직접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으니, 몬탈치노 지역에서의 최초 양조자들 중의 하나며, 현재 230여 년의 양조 역사를 가진다. 농장 이름 바르비는 이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는 조개 화석 ‘바르보(Barbo)’에서 기원한다. 오래전에 바다였었기에 쌓였던 많은 조개 화석들이 풍화해 형성된 토질 위에서 섬세한 브루넬로 와인을 생산한다. 1832년에는 지역의 다른 양조장보다 먼저 우편 판매를 시작했으며, 누구나 편하게 와인을 구매할 수 있는 와인 가게를 열어서, 부유한 자들 중심의 소비에서 일반인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와인 소비 문화를 선도했다. 오랜 역사와 멋진 땅에서 만들어내는 훌륭한 와인을 매우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장에 공급한다는 것이 바르비 농장의 경영 철학이다. 영국의 와인평론가 휴 존슨과 잰시스 로빈슨이 공저한 ‘와인아틀라스(The World Atlas of Wine)’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에 그 이상의 품질로 브루넬로 와인의 대중화에 기여한 역사와 전통의 명가”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렇게 바르비는 ‘브루넬로 와인의 대중화에 기여한 전통의 명가’라는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브루넬로 대중화, 세계화의 기수 바르비~! 현재 바르비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스테파노 치넬리 꼴롬비니(Stefano Cinelli Colombini) 씨는 1956년생으로 가문의 대를 잇는 20대째 후계자로서, 이전 경영주였던 죠반니의 조카다. 그는 법학을 전공했지만 변호사가 되는 대신 가족 농장에서 일하기로 결정하고, 1981년에 합류했다. 농장의 모든 허드렛일부터 배우기 시작한 그는 1985년부터 농장을 개선시켜 나갔다. 그는 전통적 산지인 끼안티 지역 농장(Fattoria del Colle)을 복원하고, 몬탈치노 와 남부 스칸사노(Scansano) 지역의 생산자 협회에서도 열심히 활동했다. 1997년에는 바다에 훨씬 더 가까운 남부 마렘마 지역의 스칸사노 마을에 포도밭을 구입해 28ha의 아뀔라이아 데이 바르비(L’Aquilaia dei Barbi) 양조장을 만들어, 모렐리노 와인을 생산한다. 같은 해, 브루넬로의 위대한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것을 목표로 몬탈치노 마을에 ‘브루넬로 박물관’을 개관했다. 2001년 피사 대학과 적포도의 발효 전 저온 침용 기술과 2000년부터 볼로냐 대학과 네 개의 몬탈치노 산죠베제 클론을 개발해왔다. 또한 시에나 대학과 함께 포도 품종을 식별하기 위해 ‘Electronic Artificial Nose’라는 신기술 개발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이후 2000년에는 월간지 ‘브루넬로 몬탈치노 신보(Gazzettino e Storie del Brunello e di Montalcino)’를 창간했고, 2016년에는 몬탈치노의 역사와 브루넬로의 기원에 대한 책을 출판했다. 이처럼, 스테파노는 지역에 깊은 뿌리를 둔 생산자로서 브루넬로 와인의 역사와 문화를 후대에 알리는 데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바르비는 해외수출 역사로도 앞장선다. 프랑스(1817년), 미국(1962년), 영국(1969년), 일본(1975년)에 수출함으로써, 브루넬로 와인의 세계화에도 기여했다. 현재 20만 병의 브루넬로 와인을 비롯해 80만여 병의 와인을 생산한다. 66ha의 밭에 5000주의 포도가 심어져 있으며, 생산량을 축소해 한 그루당 한 병 남짓한 와인을 생산하는 농축미를 자랑한다. 자연 친화적인 유기농 영농법, 전통적인 양조법 고수, 크고 작은 다양한 크기의 오크통을 적절히 사용하는 유연함, 대형 슬라보니아산(Slavonian) 오크에서 장기간 와인을 숙성시켜 균형 있고 우아한 브루넬로를 만들어내는 바르비~! 내게는 바르비 와인이 ‘바르비 인형’보다 훨씬 더 이쁘다. 끼안티, 바르비 Chianti, ‘Barbi’ 맞다~! 끼안티다. 오타가 아니다. 필자도 깜짝 놀랐다. 매우 드물긴 하지만, 생산자가 원하면 몬탈치노에서도 끼안티가 생산될 수 있다. 꼴롬비니 가문에서는 지난 세기부터 오랫동안 끼안티 와인을 생산해왔다. 회사의 자료에 의하면 1817년 120병의 몬탈치노 끼안티 와인이 마르세이유로 선적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왜 끼안티를 만들었을까? 사실, 몬탈치노도 대 끼안티 권역권에 속한다. 아마도 꼴롬비니 가문은 본인들의 역사적 토대를 토스카나 와인에 두고 있고 가장 토대가 되는 명칭이 ‘끼안티’라고 생각되기에 이 와인을 상품화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실로 가장 기본에 충실한 대인배의 자세가 아닌가~! 필자가 시음한 2016년 빈티지 바르비 농장의 끼안티 와인은 산죠베제 90%에 까나이올로 7% 와 기타 토착종 3%로 블렌딩됐다. 가장 고전적인 배합이다. 전통 방식으로 양조하고, 유산 발효를 거쳐 스테인레스 탱크에서 짧게 숙성했다. 맑고 투명한 루비 색상에, 신선한 베리향과 가벼운 향기가 향긋하게 피어 오른다. 매끈한 타닌과 산뜻한 산미의 조화가 자연스럽다. 알코올 13.5%vol의 미디엄 보디에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레드 와인으로서 3~5년 정도 보관하며 마실 수 있겠다. 중남부 지방 요리인 빤자넬라(Panzanella), 렌틸 콩 요리, 닭고기, 고기 볶음 등과 함께 가볍게 즐길 수 있다.Price4만 원대 부루스코 데이 바르비 Brusco dei Barbi, Toscana IGT 바르비 농장은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시대의 변화를 읽는 과감하고도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로 바르비 양조장에서는 1969년에 첫 수퍼 터스칸 브루스코를 생산했다. 일반적으로 수퍼 터스칸의 원조로 알려진 싸시까이야(1968년)와 거의 동시대에 생산됐으며, 띠냐넬로(1971년) 보다도 앞선 기록이다. 브루스코는 이전 경영주였던 죠반니 꼴롬비니 씨가 60~70년대에 이끌었던 다양한 양조 실험의 결과물이었다. 와인의 이름은 농장 근처의 숲에 사는 ‘브루스코네(Bruscone)’라는 자연인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사는 자연인의 삶과 역시 전통에 속박되지 않은 새로운 품종을 사용하고 새로운 방식의 양조법을 채택한 이 수퍼 터스칸 와인과의 연관성을 생각하면 참으로 적절한 명칭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포도는 마렘마 지역의 언덕에 있는 스칸사노 마을의 농장에서 왔다. 산죠베제 품종이 대부분인데, 약간의 메를로(Merlot) 품종을 블렌딩했다. 발효 전, 16°C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Co2 가스를 채우고 포도를 저온 침용시키는 신기술을 사용했다. 와인의 전반적인 안정감을 높이고, 폴리페놀과 향의 추출을 증대시키는 기술이다. 그후 정상 온도에서 발효된 와인은 스테인레스 탱크에서 병입 전까지 숙성한다. 짙은 루비색에 야생 딸기와 산딸기, 화사한 꽃향기가 살아 나며, 들판의 건초와 가벼운 향신료 향이 복합미를 거든다. 알코올 13.5%vol의 미디엄 보디로서 가뿐하게 즐길 수 있는 매우 드문 스타일의 ‘가벼운’ 수퍼 터스칸 와인이다. 보관 기한은 3~5년 정도다. 신선한 시음 온도에서 다양한 이탈리아 치즈나 피자, 라구 볼로네제 파스타와 함께 즐기면 좋겠다.Price4만 원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블루 레이블’ Brunello di Montalcino 바르비 양조장의 브루넬로 와인은 레이블 바탕색이 다르기에, 곧잘 기본 빈티지(Annata) 제품은 ‘블루 레이블’, 고급 리제르바(Riserva) 제품은 ‘레드 레이블’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넓은 면적의 색상 레이블이 눈에 바로 들어오기에 이 색상으로 구별하는 것이 편할 것이다. 바르비의 블루 레이블 브루넬로는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이다. 꼴롬비니 가문은 1892년부터 브루넬로를 생산해 왔으며, 제품의 레이블 디자인은 1958년 죠반니 치넬리 꼴로비니 씨가 현재의 형태로 완성했다. 이 회사의 독창적인 양조 기법인 발효 전, 16°C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Co2 가스를 채우고 포도를 저온 침용시키는 신기술을 사용했다. 알코올 발효는 17일간 28°C 정도의 온도에서 이어 갔다. 유산 발효까지 마친 와인은 중소형 크기의 오크통(225~1500L)에서 1차 숙성하고, 이어서 대형 오크조에서 숙성해 전체 2년간의 오크 숙성을 진행했다. 병입 후에도 4개월 정도 병입 숙성을 시키고 출시한다. 필자가 시음한 2015년 빈티지 브루넬로는 맑은 흑적색 색상을 띠고 있으며, 산딸기와 블랙베리, 블루베리, 아몬드, 감초와 건초더미 내음, 토스트 향이 잘 조화돼 전해진다. 입에서는 산죠베제 특유의 산미 긴장감이 먼저 느껴지며, 잘 익은 해의 특징인 높은 알코올의 힘과 비중감이 입안 가득 차오른다. 아직 빳빳한 타닌감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날렵한 여운을 만들어준다. 안심 스테이크나 특수 부위 숯불구이, 갈매기살 구이, 갈비찜 등의 메뉴가 생각나는 말쑥한 브루넬로다.Price13만 원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레드 레이블’ Brunello di Montalcino, Riserva 브루넬로 ‘리제르바’는 최고의 빈티지 해에만 만들어지며, 5년을 숙성시킨 후 6년 차에 출시하는 가장 위대한 이탈리아 와인이다. 바르비 브루넬로 리제르바는 바르비 농장 최고 품질의 포도밭에서 특별하게 생산된다. 오크통에서 추가되는 숙성에 따라 보다 복합적인 맛의 품질과 긴 숙성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RISERVA’라는 글씨는 레이블 윗쪽 왼편 구석에 아주 가늘게 써있기에, 사진으로서는 잘 판독되지 않는다. 대개는 리제르바 와인임을 강조하기 위해 굵은 글씨로 눈에 잘 띄는 중간 부분에 써 놓는데, 바르비는 좀 특별하다. 바르비 특유의 저온 포도 침용 기술을 거치고 17일간 28°C 정도의 온도에서 알코올 발효를 이어 갔다. 유산 발효까지 마친 와인은 중소형 크기의 오크통(225~1500L)에서 1차 숙성하고, 이어서 대형 오크조에서 숙성해 전체 3년간의 오크 숙성을 진행했다. 병입 후에도 6개월 정도 병입 숙성을 시키고 출시한다. 알코올은 14%vol다. 필자가 시음한 2006년 빈티지 와인은 14년 숙성된 짙은 적벽돌색을 펼치며 아름답고 영롱한 자태를 뽐낸다. 블랙베리와 말린 체리, 가죽향, 시가향, 삼나무향, 정향, 숲속 낙엽과 부엽토의 촉촉한 피톤치드 향도 매혹적이다. 입에서는 비단결처럼 매끄러운 질감이 견고한 타닌의 터치로 중첩되며, 온화하고도 고전적인 복합미를 연출한다. 필자가 마셔본 가장 전통적인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중 하나다. 병입 후 15년 이후부터 음용하면 좋고, 30여 년간 숙성 가능할 것이다. 음용 2시간 전에 브리딩하고, 18°C의 온도에서 포치니 버섯을 곁들인 채끝등심 스테이크와 함께 천천히 즐기며, 몬탈치노의 가을을 음미해보자.Price29만 원대
작성일
2021.03.09
글제목
[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보글 빈야즈(Bogle Vineya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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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에서는 8월부터 시작된 사상 최악의 산불이 남한 면적의 1/5을 태웠다. 산불로 인한 연기로 도시 기능은 마비되고 주민들은 거리에 나갈 수도 없게 됐다. 우리나라는 수마로 힘들었는데, 미국 서부는 화마로 고통을 받고 있다. 미국 서부는 동부의 기후와는 확연히 다르다. 여름철에는 고온건조한 기후가 계속돼 마른 번개나 작은 불씨에도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는 기후 조건을 가졌다. 적당한 지중해성 기후는 포도밭에 유익하지만, 이런 산불은 포도밭과 양조장마저 앗아갈 것이다. 조속한 진화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이번 달에는 미국 서부의 와인을 소개한다. “어서 와~ 내륙은 처음이지?”뉴월드 와인의 기수인 미국은 19세기부터 현대적 와인 산업 체계를 갖추고 와인을 생산했으며, 천혜의 자연환경과 엄청난 자본, 타고난 기업가 정신과 창의력으로 오늘날 세계 4대 와인 생산국 중 하나가 됐다. 이러한 미국 와인도 편중 현상이 심해, 전체의 90%가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다. 캘리포니아 와인을 좀 안다하는 사람들은 나파 밸리, 소노마 밸리, 산타 바바라 카운티 등을 읊조리지만, 정작 그 생산 비율은 높지 않다. 대부분의 캘리포니아 와인은 내륙 밸리(Inland Valley)라고 부르는 내륙 지역에서 대량으로 생산된다. 캘리포니아의 주도인 새크라멘토(Sacramento)에서 남쪽으로 로다이(Lodi)와 모데스토(Modesto)를 거쳐 프레즈노(Fresno)에 이르는 광활한 평야가 펼쳐져 있는 곳이다. 지형적으로는 해안 산맥(Coastal Mountains)과 시에라 네바다(Sierra Nevada) 산맥의 사이에 있는 분지성 밸리다. 인공위성 지도를 보면, 마치 노아의 방주 같은 큰 배가 꾹~ 자기 몸체 도장을 찍고 이륙하고 난 흔적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분지다 보니, 전체적으로 기온이 매우 높아 포도가 완숙 내지는 과숙까지 이르고 알코올은 쉽게 15%vol을 바라본다. 낮은 가격에 힘 있고 감미로운 와인들을 생산하기에, 일반 와인 애호가들을 위해서는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 미국 와인이라 그런지 햄버거에도 잘 어울리고, 향신료 풍부한 멕시칸 음식과 바비큐 음식들과 아주 잘 맞는다. 더구나 그림자가 길어지고 가을이 익어가는 10월에는 캠핑이나 야외 피크닉도 많이 가는데, 캘리포니아 내륙 밸리 와인들은 시의적절한 선택이기도 하다. 와인 규정 측면에서 보면, 내륙 밸리는 다시 북쪽의 새크라멘토 밸리(Sacramento Valley) 구역과 남쪽의 산 호아킨 밸리(San Joaquin Valley) 구역으로 나눠진다. 새크라멘토 구역의 중심이 클락스버그(Clarksburg)에서 로다이에 이르는 델타(Delta) 지역인데, 이 지역은 샌프란시스코 만이 왼편에 있어, 여타 남쪽 구역보다 더 시원하다. 이 지역의 와인 명가가 이 달에 소개할 보글 빈야즈(Bogle Vineyards)다. 새크라멘토 델타의 기적, 보글 빈야즈보글집안은 1800년대 중반부터 캘리포니아에서 농사를 지어 왔는데, 1968년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와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아버지 워렌 보글(Warren Bogle)과 그의 아들 크리스(Chris)는 새크라멘토 시 아래에 있는 클락스버그 지역에서 처음으로 와인 생산을 위한 포도를 심었다. 초기 밭은 약 8ha 정도였는데, 지역 최초로 쁘띠뜨 시라(Petite Sirah) 품종과 슈냉 블랑(Chenin Blanc) 품종을 심었다. 이 지역은 새크라멘토 강의 하류의 델타 지역(Sacramento River Delta)으로 흙이 깊고 땅이 기름진 곳이며, 가뭄에 견디며 힘 있는 와인들이 생산되는 곳이었다. 보글 집안의 수년에 걸친 열정적인 노력으로 작은 농장은 새크라멘토강을 따라 확장 발전했다. 처음에는 큰 회사들에 그들이 재배한 포도를 팔았으나, 1978년부터 보글 레이블로 와인을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보면 알겠지만 보글 레이블의 아이콘은 그 유명한 장끼와 까투리, 두마리 꿩이다. 꿩이 등장한 스토리가 재미있다. 양조장 창립주 워렌과 아들 크리스는 포도밭이 있는 델타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레이블을 원했다. 그런데 마침 마을에는 재능있는 예술가 폴 로렌찌(Paul Lorenzi)가 살고 있었다. 무언가 특별한 레이블을 원했던 부자는 로렌찌에게 창조적인 라벨을 그려달라고 요청을 했다. 어느날 저녁 로렌찌가 와인을 마시며 디자인을 고민하고 있는데 목에 흰고리무늬가 있는 예쁜 꿩 한 마리가 포도나무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 로렌찌는 그 꿩의 우아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감탄해 곧바로 그리기 시작했고, 이런 사연으로 꿩은 지금까지도 보글의 상징 동물이 됐다. 실제로 보글 가족이 살고 있는 메리트 아일랜드(Merritt Island)에는 고리무늬 꿩이 많이 살고 있다. 초기에는 레이블에 ‘포도나무 위의 한 마리 새’만 새겨졌다가, 중간에 실제 색상을 입힌 꿩 한 쌍으로 바꿨고, 현재는 고급진 금색을 입혀 더 예술적으로 레이블을 장식하고 있다. 레이블 모양도 강가의 얇은 조약돌을 역삼각형 형태로 갈아서 만든 듯한 정겨운 모양이라 좋다. 보글~ 보글~ 끓어오르는 보글의 인기~!2020년 현재, 보글 양조장은 새크라멘토 델타 지역에서 약 700ha에 육박하는 와인용 포도를 재배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350여 개의 초대형 양조 및 저장 탱크를 가진 보글은 연간 250만 상자의 와인을 생산한다. 아버지와 함께 와인 산업을 창업했던 크리스의 자식들이 보글 가의 6대손으로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할아버지의 이름을 받은 둘째 워렌(Warren Bogle)은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농업 경영을 공부한 후 1997년부터 회사 소유의 포도밭을 총 관리하는 중책을 맡았으며 동시에 회사를 대표한다. 워렌의 누나 조디(Jody Bogle)는 영어 교사 출신으로서, 1999년부터 합류해, 고객 관리와 와인 클럽 운영 그리고 해외 수출을 전담한다. 경영학을 공부한 막내 라이언(Ryan Bogle)은 부사장으로서 재무와 회계 관리 등을 책임지고 있다. 보글은 6대 세 남매 모두가 실질적으로 매일 매일의 회사 일을 분담하며 해내고있는 가장 전형적인 가족형 와인 회사인 것이다. 보글의 135명 직원들은 대부분 장기 근속 직원들로서, 인근 클락스버그 마을 주민들이라는 사실도 인상깊다. 2017년부터 보글의 모든 밭은 캘리포니아 환경친화적 영농 프로그램 규정(Lodi/California Rules for Sustainable Winegrowing program)의 영농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 보글은 자사 포도밭뿐만 아니라, 엄격한 지속가능성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외부 포도 재배자들에게 1톤당 보너스를 지급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포도가 환경적으로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재배되고 수확되도록 하고 있다. ▲ 라이언(Ryan), 조디(Jody), 워렌(Warren) 보글의 자사 밭이든 계약된 외부 밭이든 모든 포도밭들은 필지 별로 관리되고 있는데, 이는 보글과 같은 규모의 회사에서는 드물고 실행하기 힘든 일이다. 생태계 보존에도 큰 관심을 보인 보글사는 매와 수리를 들여와 잠재적인 해충 문제를 완화하는 자연적인 방법으로 방향을 틀었다. 부엉이가 둥지를 틀 수 있도록 포도밭 인근에 둥지도 놓아줬다. 밭에는 피복 작물을 심고 자연 유기질 비료로 활용해 건강한 토양을 만들고 있다. 첨단 환경 지향형 건물인 본사와 양조장에서는 매년 온실가스 11만 4000톤을 절감하고 있다. 이처럼 환경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보글사는 2018년에 캘리포니아 그린 메달(California Green Medal)을 받으며, 지속 가능한 양조장 리더십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리더상은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사회적으로 공평하며, 경제적으로 실행 가능한 관행을 훌륭히 수행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포도원에 수여된다. 또한 보글사는 2018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수여하는 평생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 상은 평생 캘리포니아 와인 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토대로 와인 산업의 선구자인 사람, 가족 또는 기관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이전 수상자들 중에는 웬티 패밀리, 로버트 몬다비, 짐 콘카논 등이 포함된 영예로운 상이었다. 2018년은 보글의 와인 사업 출발 첫 50주년이 되는 해인데, 2018년에 이런 모든 영광과 사회적 인정이 집결되다니~!! 참으로 우연이 아닐 수 없고, 더욱 뜻깊은 영광이라 하겠다. 역사가 수백년된 양조장에 비하면 짧겠지만, 그 짧은 기간 안에 8ha에서 700여 ha로 성장한 이 집안의 노력과 성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가족과 지역 공동체 주민이 똘똘 뭉친 보글의 와인팀은 농업 기업이 가야되는 길을 보여주는 멋진 사례라 생각돼 칼럼을 쓰면서도 매우 기분이 좋았다. 슈냉 블랑 Chenin Blanc, Clarksburg ‘슈냉 블랑’이라고 발음한다. 빠리지쟁(파리 사람)들은 점 더 멋들어지게 ‘슈낭’이라고 발음하기도 한다. 원산지는 프랑스 루아르(Loire)다. 산도가 매우 높으며, 꿀향과 미네랄이 돋보이는 풍미를 낸다. 지엽적 품종이라 지명도는 샤르도네, 리슬링, 소비뇽 블랑에 밀려 있지만, 멋진 화이트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 미국에도 다수 지역에서 슈냉 포도를 재배하는데, 주로 초기 캘리포니아 생산자들이 샤르도네와 함께 프랑스 대표 화이트 품종으로 알고 일찍부터 심곤 했다. 보글 빈야즈에서도 1968년 가족 농업을 와인 산업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처음으로 식재한 밭 중 절반에 슈냉 포도를 심었다. 원산지는 Clarksburg AVA로 출시됐는데, 몬터레이산 포도도 일부 혼용됐다. 슈냉 블랑 90%에 샤르도네 5%, 머스켓 5%가 블렌딩됐다. 미국산 오크통에서 9개월 숙성했으며, 절반은 와인의 미세한 앙금과 함께 숙성시키는 앙금 배양법(Elevage sur lie)을 사용해 양조했다. 알코올은 12.5%vol다. 친환경 그린 인증을 받았다. 필자가 시음한 2018년 슈냉 블랑 와인은 밝고 영롱한 노란색에, 신선한 허브향과 미네랄 향이 좋다. 레몬과 라임, 아니스와 로즈마리 향이 부드럽게 교차하며, 청량감과 개성미를 뽐낸다. 입에서는 상큼한 자두 내음이 가득하며 높은 산미가 침을 고이게 한다. 도미회, 광어회에 라임 한 조각 뿌리고 함께 먹으니 궁극의 조합이었다.Price 5만 원대 쁘띠뜨 시라 Petite Sirah, California ‘쁘띠뜨 시라’라고 발음한다. ‘쁘띳 시라’라고 짧게 발음되면 더욱 세련된 발음일 것이다. 이름에서 눈치챘듯이, 시라(Syrah)와 쁠루쟁(Peloursin)이라는 품종의 교배종이다. 껍질이 두꺼워 타닌이 강하고 거칠다. 생산성도 낮아서 프랑스에서는 퇴출되다시피 했는데, 캘리포니아에 와서 빛을 발했다. 이곳의 뜨거운 태양은 껍질을 완벽히 익게 해줬고, 짙은 색상과 견고한 타닌을 가진 레드와인을 생산해 줬다. 보글의 창업자 워렌은 1968년에 첫 8ha의 절반 밭에 지역에서는 최초로 쁘띳 시라를 심었다. 보글은 쁘띳 시라의 선구자인 셈이다. 이후 ‘보글 하면 쁘띳 시라’로 알려지게 됐다. 클락스버그와 인근 로다이 지역의 포도를 혼용해 California AVA로 출시됐다. 미국 오크통에서 12개월 숙성했다. 알코올은 14.5%vol이며,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해마다 ‘Wine Enthusiast’ 잡지의 ‘Best Buy’ 리스트에 오르는 인기 와인이다. 필자가 시음한 2017년 빈티지는 짙은 흑적색에 자줏빛 뉘앙스를 보인다. 블랙베리, 블랙 체리, 블루베리 향이 특징이며, 흑후추와 다크 초콜릿 향이 좋다. 입에서는 바닐라와 감초 등 그윽한 오크 풍미와 진한 과일의 육감적인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풍부한 타닌은 매끄럽게 잘 다듬어져 있으며, 벨벳 재질감을 구현한 미디엄풀바디 와인이다. 바비큐 요리나 소시지 돈육제품, 향신료 강한 피자나 제3세계 음식과 잘 어울리는 팔방미인격 레드다.Price 5만 원대 올드 바인, 진판델 Old Vine Zinfandel, California 이제는 많은 애호가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진판델 품종은 1800년도 중반에 미국에 전래돼, 19세기 말까지 번성했다. 이후, 까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와인의 고급화가 이뤄지면서 살짝 후퇴했다가, 최근 오래된 고목의 품질을 한껏 살린 풀바디 ‘Old Vine’ 레이블로 시판되면서, 재조명되고 있다. 보글의 올드바인 진판델은 100% 단품종으로 로다이와 아마도르 카운티의 포도를 블렌딩했고, 미국산 오크통에서 12개월 숙성했다. 60~80여 년생 나무들로부터 얻은 농축미를 최대한 살렸다. 또한 물을 주지 않는 건지 농법(Dry Farming)을 활용해, 과실의 농축미와 폴리페놀의 두터운 질감을 잘 살렸다. 알코올은 14.5%vol다. 2016년 빈티지는 짙은 석류색에 흑갈색 뉘앙스를 보인다. 블랙베리, 블랙체리, 산딸기와 자두의 쨈 향기에 바닐라, 오크향이 구수하며, 후추, 정향, 아니스 등 향신료도 복합미를 거든다. 입안의 산미는 부드러우며, 약간 감미로운 편이다. 타닌은 진하나 매끄럽고, 알코올은 도수보다 높게 느껴지며, 온화한 편이다. 미디엄 풀바디 몸집으로 진한 오레곤 피노 같은 느낌도 준다. 자료에 의하면, 2018년 빈티지는 ‘Wine Enthusiast’지 ‘Best Buy’ 리스트 1위를 차지했단다. 브라보~!!Price 5만 원대 에센셜 레드 Essential Red, Old Vine Blend 보글의 포도밭이 집중된 새크라멘토강 연안의 클락스버그는 충적토의 깊이가 깊어 힘 있고 견실한 포도 열매가 생산되며, 미네랄이 풍부한 토양으로 복합미있는 와인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보글은 약 10여 종의 포도를 집중적으로 재배하는데, 그 중 레드와인용 ‘핵심 4인방’만을 모았다. 그래서 브랜드 이름도 ‘Essential’ 레드다. 진판델 33%, 시라 25%, 쁘띳 시라 22%, 까베르네 소비뇽 20%를 블렌딩했다. 레이블에 명시된 것처럼 모두 올드 바인이다. 미국 오크통에서 12개월 숙성했다. 알코올 도수를 14%vol로 살짝 낮춰, 우아함을 더한 것이 신의 한 수다. 필자가 시음한 2017년은 깊고 심원한 암적색에, 농익은 온갖 붉은 베리류의 향들이 폭발하며, 감초와 파이프 담배향이 이국적인 와인이다. 매끈한 질감과 풀바디의 힘이 동반돼 긴 피니쉬로 이어진다. 진판델의 농염함, 시라의 세련미, 쁘띳 시라의 육덕짐에 까베르네 소비뇽의 복합미로 완성한 근사한 레드다~! 근데, 가격은 더 근사하다. 2017년 빈티지는 ‘Wine Enthusiast, BEST BUYS’ 리스트에서 90점으로 30위를 해다. 한우 등심 스테이크나 양갈비 구이, 티본 스테이크와 최적이다.Price 7만 원대 팬텀, 샤르도네 Phamtom, Chardonnay, Clarksburg AVA 병이 예술이다. 병만 보고도 살 것 같다.. 오래된 고목의 실루엣이 샌프란시스코 만으로부터 유입되는 안개에 잠겨 있는 모습을 종이 레이블없이 직접 유리병에 그려 넣었다. 환경을 생각해 PVC포일은 과감하게 생략했다. 목에 두른 금색 밴드는 품격을 더한다. 과연 클락스버그 테루아는 내륙 밸리라는 커다란 이미지로 묶어 버리기에는 미세 기후가 매우 특별한 곳이다. 서늘한 기운이 밤새 포도밭에 머무르며 한낮의 열기로 지친 나무의 기력을 회복시켜 주는 마법을 발휘하는 곳이다. 보글의 샤르도네 와인은 대개 미국 오크통에서 숙성하는데, 이 팬텀 시리즈 샤르도네는 특별히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발효하고 숙성시키며 섬세함과 복합미를 추구했다. 바닥의 앙금 위에서 숙성시키며, 그 기간 동안, 월 2회씩 조심스럽게 저어줘 풍미를 배가 시켰다. 필자가 시음한 2018년 샤르도네는 빛나는 황금빛 색상에 은녹색 뉘앙스가 깃든 활기찬 화이트다. 모과의 향긋함 속에 졸임 사과 내음, 서양배향, 애플 파이향이 화려하며, 따뜻한 버터향과 바닐라, 헤이즐넛향이 복합미를 더한다. 잔을 흔들면, 시원한 바닐라 젤라또향이 망고향과 함께 피어 오른다. 입안에서는 청량한 산미와 충실한 질감에 14.5%vol 알코올의 힘이 균형을 이뤘다. 한 입 삼키고 나면, 시원한 꿀사과와 바나나, 파인애플 풍미가 입안에 가득하다. 2019년 ‘San Francisco Chronicle’ 품평회에서 ‘Best of Class’ 상을 받았다니, 절로 고개가 끄떡여진다.Price 10만 원대 팬텀, 레드 Phantom, Proprietary Red, Clarksburg AVA 이제 끝까지 올라왔다. 보글의 아이콘 와인, 팬텀~! 유령이라는 뜻. 병 아래 실루엣의 오래된 고목 포도나무 그루들이 이리저리 뻣친 모습이 마치 달밤에 유령들이 춤추는 듯한 형상을 연상시킨다. 브랜드 글자체도 팬텀스럽다. ‘Proprietary Red’라는 표현이 더해져 있는데, 미국에서 한 양조장의 대표 최고급 와인이라는 표현이다. 홍보 방법도 팬텀스럽다. ‘Augmented Reality Wine Label’이라는 앱을 다운로드 후, 팬텀 병의 전면 레이블을 스마트폰 렌즈로 스캔하면 팬텀 스토리 동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당연히 빈티지마다 블렌딩 비율은 달라서, 필자가 시음한 2016년 빈티지는 진판델 52%, 쁘띳 시라 46%, 마타로(Mataro) 2%가 블렌딩됐다. 모두 올드 바인이다. 중고 미국산 오크통에서 28개월 장기간 숙성시켰다. 알코올은 14.5%vol. 와인메이커는 1994년부터 보글사의 양조를 책임지는 에릭 아페딧(Eric Aafedt)과 2006년에 합류한 다나 스템러(Dana Stemmler)다. 보글의 일관된 품질과 명성을 배가시킨 이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팬텀을 열었다. 깊고 진한 흑적색에 진보랏빛 뉘앙스가 선명하다. 은은한 숲속 고목의 묵은 향과 토스트, 정향과 흑후추 향이 병 레이블 이미지처럼 무게감 있게 피어오른다. 잔을 흔들면 야생 베리향과 자두잼, 커런트, 바닐라, 삼나무향이 흐믓하다. 입에서는 힘찬 타닌과 풍부한 내용 물질, 뜨거운 알코올이 점막을 조여오는데, 과실의 산미와 오크의 유질감이 미각을 풀어 주며, 에스프레소 커피의 뒷맛으로 긴 여운을 남기며 사라진다. 유령처럼.Price 10만 원대
작성일
2021.03.09
글제목
[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몽그라스(Montgr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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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가장 긴 장마를 보내고 수마가 할퀸 상처 속에 뜨거운 태양이 내리쬔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되면서 이런 극과 극의 기후 현상은 계속되리라. 이런 날씨라면 좋은 포도를 가꾸기가 힘들겠지만, 9월의 기적 같은 온화한 날씨를 기대한다. 수확의 여신 세레스의 손길로 잘 익은 잘 익은 포도가 술의 신 디오니소스에게 안겨지기를 바라며... 이번 달 와인 명가는 파아란 하늘 쾌청한 날씨를 자랑하는 남미 칠레로 발길을 잡아 본다. 남미 대륙에 울려 퍼진 브로맨스, 그라스 형제 ▲ 창립자 형제 불과 3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전 세계 30여개 국가에 와인을 수출하는 칠레 최대 가족 기업 중 하나인 몽그라스를 만들어낸 형제가 있다. 에르난 그라스와 에두아르도 그라스(Hernán Eduardo Gras) 형제는 1993년, 칠레의 최고 테루아에서 세계적 품질의 와인을 일관되게 생산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었다. 재능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형제는 최신 기술과 합리적 관리 조직을 갖추고 매우 특별한 와인 그룹을 만들어왔다. 칠레 최고의 섬세한 와인 생산지인 콜차과 밸리(Colchagua Valley)에서 출발, 서늘한 기후 지역대인 레이다 밸리(Leyda Valley)를 거쳐, 칠레 와인의 태동지며 성지인 마이포 밸리(Maipo Valley)까지 가장 유명한 테루아 세 곳에 모두 와이너리 생산 기지를 만들었다. 그라스 집안은 스페인 까탈루냐(Cataluña) 출신이다. 1900년대 초에 칠레로 이민을 와서 콘셉씨온(Concepción)에 정착했다. 할아버지 때부터 대대로 와인상을 했던 그라스 집안의 전통에 영향을 받은 작은 아들 에르난은 칠레 가톨릭 대학에 입학해 농업, 포도 재배와 양조를 공부했다. 그는 이어서 프랑스로 건너가 보르도 대학에서 유산 발효를 연구해 양조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서, 북미 대륙 캐나다로 가서 캐나다 최대 와인 회사인 브라이트 와인즈(Bright Wines)에서 20여 년을 근무했다. 1993년 마침내 칠레로 돌아온 에르난은 형 에두아르도와 함께 본인의 와이너리를 건립했다. 에르난은 2012년까지 몽그라스 회사의 회장직을 맡았고, 현재는 회사의 기술 책임자로서 와인 생산을 총 책임지고 있다. 반면, 형 에두아르도는 칠레 국립 이공대를 졸업하고 공학기사 학위를 받았으며, 부동산 회사를 설립했다. 기업가 정신에 투철한 에두아르도는 이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전국적으로 활동했다. 1980년대에는 어려운 환경에 있는 5000여 명 이상의 아동, 청소년들에게 교육 혜택을 주는 국책 사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1993년 그는 10년 터울의 동생 에르난과 사업 파트너 크리스티앙 하트윅(Cristián Hartwig)과 함께 몽그라스를 창립했다. 칠레 3대 명산지를 아우르는, 몽그라스 와인몽그라스 와이너리가 태동한 콜차과 밸리는 현재 칠레에서 가장 발전하고 있는 최고의 명산지 중 하나다. 수도 산티아고 남서쪽 약 130km에 위치한 이곳은 라펠 밸리(Rapel Valley)의 하위 생산 지역으로서, 또 다른 하위 생산지는 카차포알 밸리보다 다소 서늘한 특성을 지녀 더욱 섬세한 와인이 생산될 수 있다. 지형적으로는 동편의 안데스 산맥과 서편의 해안 산맥이 천연 장벽이 돼 주고 있으며, 카차포알 강과 콜차과 강이 흐르며 지역을 적셔 준다. 지중해성 기후 특성을 보이는 이곳은 사계절이 명확하며 항상 청명한 하늘과 최적의 일조량을 자랑한다. 남반구 포도가 성장하는 여름 시즌, 즉 11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는 습도가 적고, 안데스와 태평양의 서늘한 바람이 한낮의 태양의 열기를 식혀 주는 효과를 갖기에 이상적인 자연 환경이다. 낮과 밤의 평균 일교차는 13℃에서 35℃에 이른다. 따라서 포도는 천천히 익으며 탄탄한 페놀 분자 구조를 형성하기에 과일향과 풍미가 뛰어나다. 이곳의 포도밭에는 까르므네르, 시라, 말벡 그리고 까베르네 소비뇽이 잘 자란다. 2005년에 몽그라스 회사는 드디어 역사적 산지인 마이포 밸리로 진입한다. 산티아고 분지 남쪽에 위치한 이곳은 그야말로 최고의 칠레 레드 와인들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동편의 안데스 산맥이 위용을 자랑하며 산의 찬 정기를 보내주고, 마이포 강이 가져다 준 충적토와 자갈이 잘 분포돼 있어 큰 구조를 가진 위대한 와인들이 탄생한다. 이곳의 황제는 약 70%가 식재된 까베르네 소비뇽이다. 그 외에 보르도 품종들이 심어져 보르도 블렌딩 와인들이 주류를 이룬다. 몽그라스는 알토 마이포 지구에 인트리가(Intriga) 양조장을 건립해, 아이콘 와인인 막시마(Maxima) 등을 생산한다. 2006년에는 몽그라스가 레이다 밸리로 진입했다. 레이다 밸리는 칠레 와인 산지 중 가장 최근에 개발되고 있는 곳으로, 차가운 태평양의 기운을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매우 서늘하고 험한 지역 중 하나다. 그 때문에 포도나무와 와인 생산자 모두를 시험에 빠뜨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 위치한 몽그라스의 아마랄(Amaral) 양조장에서는 화이트 품종과 피노 누아 등을 재배해, 높은 산미와 미네랄 특성이 강한 와인을 생산한다. 몽그라스의 실험 정신과 도전 정신 그리고 높은 기술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와인들이다. 친환경 정책으로 21세기를 맞이하는, 몽그라스 와인지속 가능한 영농은 설비 초기부터 몽그라스의 가장 중심된 철학이었다. 유기농으로 재배된 포도, 위생적인 생산 시설, 환경에 대한 고민을 늘 담아내는 직원 인력 등 회사의 모든 부분에서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표출해 왔다. 이러한 고민을 담아 2011년 회사는 칠레 와인 협회(Wines of Chile)로부터 친환경 국가 규정(National Code of Sustainability)을 수행해 친환경 인증(Certified Sustainable)을 받았다. 물과 에너지, 연료 등을 신중히 사용하고, 환경 내의 유기적 공동체를 이룩하기 위한 제반 조치들을 직원들에게 교육하고 실행한다. ‘좋은 와인’이라 함은 맛과 향으로 매력을 뽐내는 것 외에도 환경을 보호한 결과물이어야 함을 잘 알기 때문이다. 칠레 와인 협회는 한 발 더 나아가, 이 친환경 인증을 세분화해 포도 재배에 관한 그린 인증, 와인 생산 파트에 대한 레드 인증, 그리고 직원 인력과 공동체에 친환경 성향을 평가하는 오렌지 인증으로 3분화했는데, 몽그라스 회사는 2013년에 이 모든 인증을 획득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회사의 아이콘 와인인 ‘인트리가 막시마 2012’ 빈티지가 WS 93점을 받는 쾌거를 이룩했다. 현재 회사의 총 포도밭 면적은 540ha며, 향후 500여 ha를 추가로 식재할 예정이다. 회사 본부는 올드 스페인 풍의 시음실을 비롯해 레스토랑, 포도밭 하이킹, 승마 관광 등 즐거운 와인 관광을 할 수 있는 ‘칠레 최고의 30곳(30 Chile Attractions)’에 선정됐다. 와이너리 건물 앞의 돌 판에 새겨진 태양 문양을 보며 칠레 고대 마푸체 문명의 정신을 계승한 몽그라스의 빛나는 미래를 그려 본다. 안투, 샤르도네 Antu, Chardonnay 몽그라스가 새로 론칭한 브랜드 명칭 ‘Antu’는 ‘태양’을 뜻하는 고대 마푸체 문명에서 기원한 단어다. 태양의 나라 칠레의 테루아를 한 단어로 잘 정리한 브랜드다. 몽그라스의 중상급 라인업으로서 다양한 칠레 테루아의 싱글 빈야드 특성을 잘 표현한 와인을 생산하고자 하는 회사의 철학이 담겨 있다. 본 샤르도네 와인은 이타타(Itata) 밸리 포도로 생산했다. 이타타 밸리는 센트럴 밸리를 넘어 남쪽에 생성된 새로운 산지다. 남북으로 길쭉한 칠레가 포도밭을 확장하는 길은 북쪽과 남쪽 밖에 없는데, 지구 온난화 현상의 결과, 추운 남쪽 지방이 이제는 화이트 와인과 피노 등 서늘한 기후에 적응이 강한 품종을 재배할 수 있는 대안 산지로서 집중 부각되고 있다. 서늘한 지역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산도는 유산 발효를 진행함으로써 가라앉혔으며, 프랑스 오크통에 16개월 숙성시킴으로써 풍미의 안정감을 더했다. 황금빛 칼라에 복숭아, 살구의 단내가 첫 코를 즐겁게 하며, 잘 녹은 버터 향과 구수한 헤이즐넛, 팝콘 향이 정겹게 다가온다. 부드럽고도 섬세한 산미와 14%vol의 알코올이 갖는 힘이 조화를 이루는 멋진 샤르도네다. Price6만 원대 레이트 하베스트 Late Harvest 고온건조한 지중해성 기후를 가진 칠레에서 스위트 와인을 만들기는 쉽다. 그러나 문제는 그 대칭적 균형을 이룰 천연 산도다. 이를 위해, 몽그라스 사는 차가운 레이다 밸리의 포도에서 높은 산도를 찾았다. 해안 안개 현상에 의해 귀부 상태에 도달한 포도와 다소 건조돼 새들해진 포도만을 수확해 만들었다. 압착기를 통과한 진한 엑기스는 프랑스 오크통에서 17℃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매우 천천히 발효됐고, 오크의 복합미를 자연스럽게 간직했다. 최종 잔당은 108g/L다. 소비뇽 블랑 75%, 게뷔르츠트라미너 25%가 블렌딩됐다. 소비뇽의 싱그러움과 활기찬 기운이 자칫 묵직해질 스위트 와인의 균형을 잡아 주고, 게뷔르츠트라미너의 화려한 꽃향기와 향신료 풍미가 이국적 정취를 더해 줬다. 파파야, 망고, 파인애플, 패션 푸르츠, 아카시아 꿀 등 달콤하고 화려한 열대과일 풍미가 가득하며, 입안에서는 매우 묵직한 비중감과 가뿐한 산미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식사 후, 견과류 안주나 블루치즈, 베리 케이크, 레몬 케이크 등과 함께 즐기면 최고다. 알코올 14%vol에 375ml 반 병 크기로 출시됐다. Price5만 원대 아우라, 레세르바, 까베르네 소비뇽 Aura, Reserva, Cabernet Sauvignon 몽그라스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Reserva’급 와인에서 포도의 원산지를 여러 개 블렌딩해 새롭게 만든 최신 브랜드, 아우라(Aura)~! 몽그라스 와인의 본산인 콜차과 밸리의 포도에 보다 고품격 테루아인 마이포 밸리 포도를 15% 정도 블렌딩했다. 따라서, 원산지 명칭도 지방 단위인 셀트럴 밸리(Valle Central) DO를 받게 됐다. 이로써, 최종 와인에 진한 풍미와 구조감, 고급스러움을 가미했다. 그 이름처럼 빛살이 눈부시게 식탁을 장식하기를~! 발효를 마친 와인은 10개월간 오크통에서 숙성했다. 오크통 비율은 프랑스산 80%, 미국산 20%로 미감의 조화를 꾀했다. 몽그라스의 수석 와인메이커인 산티아고 마르고찌니의 기술이 돋보이는 아우라 레세르바 브랜드다. 까베르네 소비뇽 100% 와인으로서, 블랙베리와 체리의 향이 주도적이며, 후추와 정향 그리고 바닐라, 오크향이 잘 가미됐다. 13.5%vol의 부담 없는 바디에 미려한 타닌, 질감을 탑재한 수준급 대중 와인이다. 필자는 이 와인을 집에서 소고기 불고기와 함께 시음했으며, 다양한 소시지 바비큐나 삼겹살 구이 등과도 잘 어울릴 것이다. Price3만 원대 안투, 리미티드, 피노 누아 Antu, Limited, Pinot Noir 몽그라스 회사가 2006년에 레이다 밸리에 조성한 밭에서 생산된 피노누아다. 토질은 충적토, 자갈, 점토밭이 조화롭게 분포됐다. 불과 12km 떨어진 차가운 태평양 바다를 온 몸으로 느낀 포도의 특성이 잘 표현돼 있다. 와인 병의 진노랑색 레이블에는 해안선으로부터의 거리와 고도가 지도처럼 그려져 있어 테루아 체험감도 그럴듯하다. 2016년은 엘니뇨(El Niño) 현상이 나타났던 해였으나, 피노는 조숙형 품종으로 가을비가 내리기 전에 수확을 마쳤다. 여름은 맑고 청명했으며 안개 낀 3월이 피노를 천천히 익게 해 줬다. 프랑스 오크통에서 16개월 정도 숙성됐으며, 4200여 병 소량 생산됐다. 맑고 투명한 루비 색상의 피노는 글라스에서 잘 익은 딸기와 체리 향을 풍성하게 내뿜으며, 삼나무 향과 견과 향이 복합미를 높여 준다. 향긋한 산미와 넉넉한 알코올, 익은 붉은 열매의 당미가 행복한 피니시를 보인다. 버섯 채소 샐러드, 오리 찜, 소시지 구이 등과 늦가을을 보낼 멋진 와인이다. Price12만 원대 막시마, 까베르네 소비뇽 Intriga, Maxima, Cabernet Sauvignon 마이포 밸리에서도 가장 알짜배기인 알토 마이포 구역에서 생산됐다. 안데스 산맥에서 유래한 자갈 충적토가 깊게 쌓여 있어 배수력과 미네랄 특성이 좋은 린데로스(Linderos) 마을의 ‘라 인게라(La Hinguera)’ 블록이다. 칠레 까베르네 소비뇽의 천국인 마이포 구역인 만큼 100% 까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들었다. 1960년에 첫 식재를 했으니, 오래된 것은 80년이나 된 포도나무다. 진짜 고목이다. 프랑스 오크통에서 26개월 숙성시켰으며, 최종 필터링 없이 병입됐다. 알코올 도수는 15%vol로 재료 포도의 당도가 얼마나 높았을지 짐작이 된다. 레이블 디자인도 범상치 않다. 안데스 산맥의 능선과 뀌베 이름 ‘막시마(Maxima)’ 여섯 문자를 교묘하게 결합한 아이디어가 놀랍다. 육중한 보틀은 와인의 위용을 더해준다. 4000여 병 한정 생산됐다. 필자가 시음한 병은 2014년 빈티지로서, 힘과 원숙미가 조화된 최적의 상태에서 시음했다. 블랙 커런트의 생동감, 흙내음 물씬 풍기는 칠레의 토착미, 다크 초콜릿과 견과 풍미가 저변을 감싸며 이국적인 풍취를 거들어 준다. 진한 농축미에 놀랍게도 유연한 타닌 조직 그러나 힘찬 알코올 파워가 경외심을 갖게 만드는 와인이다. 시간이 흐르며 민트와 산딸기 향이 솟아나며 근육질 남성의 섬세한 살결을 열어준다. 아쉽게도 필자는 와인만 시음했으나, 충만한 타닌, 향신료 풍미는 티본스테이크와 최적의 하모니를 이룰 듯하다. 사족이지만, 6병 한 박스를 사면.. 고급스러운 우드 박스가 딸려 온다. 클래식한 수납공간으로 사용하면 좋겠다. Price25만 원대 인트리가, 까베르네 소비뇽 Intriga, Cabernet Sauvignon 몽그라스 회사가 2005년에 마이포 밸리에서 조성한 인트리가 양조장 농원의 포도밭에서 생산됐다. 까베르네 소비뇽 87%에, 까베르네 프랑 11%, 쁘띠 베르도 2%를 블렌딩한 보르도 스타일 레드 와인이다. 225L들이 프랑스 오크통과 2000L들이 오크조에서 24개월 충분히 숙성했으며, 14%vol의 견조한 힘을 가지고 있다. 레이블 전면에 등장하는 인물은 신화에 나오는 포세이돈이 아닐까 한다. 여러 필 말이 이끄는 마차를 몰며 파도를 뚫고 진군하는 위용이 돋보인다. 인트리가 까베르네 소비뇽 블렌딩 와인의 힘과 고급스러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4월에 수확한 포도는 펌프 사용 없이 중력 낙하로 양조조로 옮겨져 25℃ 온도에서 28일 동안 침용 발효 과정을 거쳤다. 까베르네 소비뇽의 존재감이 강하게 드러나는 블랙커런트 톤을 지나면, 후추와 피망의 까베르네 프랑 톤이 등장하며, 마지막에 강한 산미와 함께 엄격한 마무리를 브띠 베르도가 담당한다. 10만 원대 이하에서 고급스러운 칠레 와인을 경험할 수 있는 최대 가성비 와인으로 평가된다. 어울리는 음식으로는 등심 구이나 구운 양갈비 등을 추천한다. Price9만 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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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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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로랑 페리에(Laurent-Perr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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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초유의 대학 온라인 비대면 수업이 무사히 종강을 했다. 코로나 사태로 일반 대학이 ‘사이버대’가 됐다. 필자는 와인과 미식인문학 과목을 강의하는데, 실습이 필요한 과목이라 매우 힘들었다.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만들고, 카메라로 시음, 시식 등 실습을 보여주며, 참조 동영상도 eClass에 올려 줬다. 7월에는 식당 한 곳을 정해, 방역에 신경 쓰며, 학생들을 모아, 테이블 매너와 와인 에티켓 수업도 마쳤다. 기말고사도 온라인 시험으로 치렀고, 평점 부여까지 모두 마쳤다. 전국 대학의 교수진들이 이런 홍역을 겪었겠지. 무사히 한 학기를 마친 기념으로 샹파뉴를 오픈했다. ‘대면의 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비대면의 세기(Untact Siècle)’로 들어섬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로랑 페리에의 ‘그랑 시에클(Grand Siécle)’ 샹파뉴를 집어 들었다, 겁도 없이…! ‘1812년 서곡’을 들으며 마셔야할 샹파뉴, 로랑 페리에 이 달의 명가, 로랑 페리에 샹파뉴 하우스의 기원은 1812년에 앙드레 미셸 삐에를로(AndreMichel Pierlot)가 세운 샹파뉴 네고시앙이다. 그의 아들 알퐁스 삐에를로(Alphonse Pierlot)가 이어 받았으나, 후손이 없었던 그는 당시 와인 양조 담당자였던 유젠 로랑(Eugene Laurent)에게 양조장을 물려줬다. 유젠은 아내와 함께 샹파뉴 회사를 운영해 나갔다. 1887년 갑작스런 사고로 유젠 로랑이 작고한 후, 샹파뉴 사업을 확장하기로 결심한 그의 아내인 마틸드 에밀리 페리에(Mathilde Emilie Perrier)는 남편의 성과 자신의 성을 합쳐서 회사 이름을 ‘뵈브 로랑 페리에(Veuve LaurentPerrier)’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Veuve’는 과부, 미망인 이라는 뜻의 불어다. 여기서 현재의 회사 명칭인 로랑 페리에가 등장한다. 그녀는 뛰어난 리더십과 사업 감각으로 성공적으로 회사를 운영했으며, 1차 세계대전을 잘 극복하고, 1920년에는 영국에 합작 회사를 세워 진출했다. 1925년 회사를 상속받은 그녀의 딸, 유제니 로랑(Eugénie Hortense Laurent)은 30년대의 세계적 경제 대공황기를 넘기지 못하고, 1939년 2차 세계대전의 포성이 울리기 직전에 마리 루이즈 랑송 드 노낭꾸르(MarieLouise Lanson de Nonancourt)에게 회사를 매도했다. 현 소유주의 할머니 격인 마리 루이즈 노낭꾸르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에도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했다. 그녀의 두 아들인 모리스(Maurice)와 베르나르(Bernard)는 이 기간 나치 독일에 항거하는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다. 안타깝게도 큰 아들 모리스는 강제수용소에서 돌아오지 못했고, 둘째 베르나르는 르끌레 장군(General Leclerc)이 이끄는 2군단에 합류해 복무했다. 조국을 위한 이 영웅적인 활동으로, 후일 대통령이 된 샤를르 드 골 장군이 로랑 페리에의 역사에 깜짝 등장하기도 한다. 가업을 승계해야하는 베르나르는 1945년부터 회사에 합류해 포도 재배에서부터 양조까지 모든 과정을 체험하며 습득했고, 1948년 사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회사의 규모는 직원이 20여 명, 약 8만여 병의 샹파뉴를 생산했다. 샹파뉴에 대한 열정과 전통적 가치에 대한 존중, 그리고 사람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베르나르는 회사를 과감하게 경영해 나갔다. 그는 포도를 공급해 줬던 1200여명의 재배자들과 각별한 신뢰 관계를 형성했으며, 양조에 있어서는 전통과 신기술의 혁신을 현명하게 결합해 로랑 페리에 샹파뉴 스타일을 구현해 나가기 시작했다. ‘가볍고, 우아하며, 생동감 있는’ 로랑 페리에의 고유성을 확립했으며, 다양한 뀌베 샹파뉴를 개발했다. 혁신과 겸허함의 상징, 로랑 페리에 샹파뉴 하우스 혁신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1959년 회사의 최고급 샹파뉴인 그랑드 뀌베 ‘그랑 시에클(Grande Cuvée Grand Siècle)’를 선보였다. 이 최고급 샹파뉴에 대한 베르나르 회장의 각오는 대단했다. ‘최고 해의 샹파뉴에, 최고 해의 다른 샹파뉴를 섞어서, 최고의 새로운 샹파뉴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작황이 특별히 좋았던 3개 빈티지 샹파뉴를 블렌딩해 생산하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사고였다. 그런데 이 샹파뉴가 출시되자,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큰 공을 세운 베르나르 회장과의 친분으로 샤를 드 골 대통령이 직접 시음하게 됐다. 드골 대통령은 이 와인을 시음하고 놀라워하며 “Grand Siècle, obviously, Nonencourt!”라고 말했다고 한다. 직역하면 “오~ 위대한 세기가 떠오르는군~ 노낭꾸르~!”라는 뜻이다. 역사적 용어로 ‘그랑 시에클’은 프랑스 역사에서 위대한 시대, 위대한 태양왕 루이 14세가 다스리던 17세기를 의미한다. 여기서 이 뀌베의 이름이 탄생하게 됐다. 또 다른 혁신은 1968년 뀌베 로제(Cuvée Rosé) 샹파뉴 생산으로부터 왔다. 당시까지는 화이트 와인에 레드 와인을 섞어서 로제 샹파뉴를 만들던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베르나르는 포도의 풍미를 최대한 추출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적포도 품종을 껍질째 침용시켜 로제 와인을 만드는 방식, 즉 ‘세녜(Saignée)’ 방식을 사용했다. 색상뿐만 아니라 향과 풍미가 농축됐다. 그로 인해 고품격 로제 샹파뉴 생산의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 세 번째 혁신은 ‘샤르도네 바라기’다. 로랑 페리에 샹파뉴의 화이트 뀌베에는 샤르도네의 함량이 타 회사 대비 월등히 높다. 일반적으로 기본급 뀌베에는 30~35% 정도, 고급 뀌베에만 50%까지 사용하는 데 비해, 로랑 페리에사는 일반급이나 최고급 뀌베에서나 모두 55% 정도의 고함량을 유지한다. 이로써, ‘가볍고 우아하며 섬세한’ 로랑 페리에의 인장이 박힌 샹파뉴가 탄생하게 됐지만, 회사로서는 비싼 샤르도네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 부담이 들어가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만났던 알렉상드라 페레르 드 노낭꾸르 여사 이야기를 해보자. 그녀는 베르나르 회장의 장녀이자, 회사 브랜드 관리의 총책임자다. 그녀는 필자에게 아주 특별한 로제를 시음시켜 줬다. 레이블을 보니 ‘Alexandra Rosé’였다. 알렉산드라? 그녀의 이름이 적혀 있네? “1982년 수확한 포도로 샹파뉴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1987년 제가 불쑥 결혼을 발표하자, 결혼식 때 아버지가 이 샹파뉴를 내놓았습니다. 레이블에는 ‘알렉상드라’라는 뀌베명이 적혀 있었죠. 바로 제 이름입니다.”라며 필자에게 설명해 주는 알렉상드라의 눈가는 촉촉히 적셔 있었다. 사랑하는 딸의 결혼을 축하하며 고이 간직해 온 샹파뉴에 딸의 이름이 적힌 레이블을 붙여 메시지를 전달한 베르나르 회장의 마음이 전해져 뭉클했다. 영국 왕실이 보증한 샹파뉴 하우스, 로랑 페리에 중세 이후, 영국의 국왕은 왕실에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인들에게 공식 인증을 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로얄 워런트(Royal Warrant, 왕실 조달 허가증)’라는 이름으로 개인 또는 사업자에게 부여되고 있다. 품질과 공급 심사는 매 5년마다 갱신되며, 언제든지 보유 자격이 박탈될 수 있고 수여자가 사망하거나 소유자가 변동되는 경우에는 재심사가 이뤄진다. 현재 교부자는 여왕 폐하(HM The Queen) 그리고 그녀의 남편 에든버러 공작(HRH The Duke of Edinburgh)과 아들 황태자(HRH The Prince of Wales)다. 현재 로얄 워런트를 보유하고 있는 샹파뉴 하우스로서는, 여왕 폐하 엘리자베스 2세가 8개, 그리고 황태자 웨일즈공 찰스 윈저(Charles Windsor)가 1개를 교부했는데, 찰스 황태자가 교부한 1개가 바로 로랑 페리에 하우스다. 이런 위업을 이루고, 200여 년을 이어오고 있는 샴페인 명가 로랑 페리에를 명품 반열에 올려 세운 기업가이자 자랑스런 가문의 주역인 베르나르 드 노낭꾸르 회장은 2010년에 서거했지만, 그의 두 딸이 유업을 계승해 최고의 샹파뉴 하우스를 이끌고 있다. 현재 로랑 페리에 사의 지하 셀러는 약 12km로 완벽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천연 셀러에서 샹파뉴를 숙성시키고 있다. 고급 뀌베의 효모모으기 작업은 수작업으로 하지만 일반 샹파뉴는 하루에 약 6만 병을 돌릴 수 있는 장치를 이용해 현대화시켰다. 2012년에는 창립 200주년을 맞아 프랑스 건축가 쟝 미셸 윌모뜨(JeanMichel Wilmotte)에 의뢰해, 그랑 시에클 전용 셀러를 초현대식으로 완성했다. 또 다른 셀러에는 1950년대에 건립했다가 스테인레스조의 등장으로 50여 년간 사용하지 않았던 콘크리트 양조조도 윌모뜨의 손길로 웅장하게 재탄생했다. 더불어, ‘수도사의 방(Galerie des Moines)’ 갤러리에는 길다란 로마식 궁륭 천정 아래 1959년 첫 출시 이래의 그랑 시에클 와인 재고가 잠들어 있는데, 그것을 보는 벅찬 감동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꼭 방문해 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샹파뉴 회사 직급의 꽃인 셀러 마스터에 대한 언급을 빼놓을 수 없다. 1973년부터 로랑 페리에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2004년부터 셀러 마스터(Chef de Caves)가 된 미셸 포코네(Michel Fauconnet)는 현재의 로랑 페리에 스타일을 창출한 전설적인 양조가다. 로랑 페리에 그룹은 현재 Salon, Delamotte, De Castellane 회사도 소유하고 있다. 위대한 세기의 위대한 상파뉴 그랑 시에클을 마시며, 필자는 위대한 샹파뉴 하우스 로랑 페리에의 겸허하면서도 조용한 진군을 바라볼 것이다. 로랑 페리에, 라 뀌베 La Cuvée, Brut 로랑 페리에 샹파뉴 라인업의 가장 기본이 되는 샹파뉴다. 뀌베 명칭이 ‘La Cuvée’다. ‘La Cuvée’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뜻이 함축돼 있다. 우선은 양조장에서 포도를 압착해 즙을 낼 때에, 부드러운 첫 압착으로부터 얻은 최고 품질의 즙을 La Cuvée라고 한다. 로랑 페리에가 자사의 기본 샹파뉴 뀌베 명칭을 La Cuvée라고 정한 것은, 샹파뉴 생산에 대한 오랜 정통성의 표현이며, 표현의 과다함을 아끼는 절제의 미학에서 나온 결과라고 본다. 기본이 최고니까! 사용된 주스의 80%는 당해 년도 포도며, 나머지 20%는 전 해의 리저브 와인에서 블렌딩했다. 20%까지의 리저브 와인을 사용했다는 것은 그 만큼 품질에 최선을 기한다는 명확한 증거다. 품종 블렌딩 비율은 샤르도네 55%, 피노 누아 30%, 피노 므니에 15%다. 비싼 포도인 샤르도네의 함량이 많다. 전반적인 품질의 향상은 물론이거니와, 샤르도네의 우아하고 섬세한 터치를 추구했다는 의미다. 3년의 장기 숙성을 통해 탄생했고, 알코올 도수는 12%vol다. 옅은 황금색에 섬세한 버블의 향연, 서양 배와 리치, 청포도, 오렌지, 레몬향이 싱그럽다. 로랑 페리에 샹파뉴의 기본은 부드럽고 안정된 미감이 특별하며, 어느 하나의 곁가지가 튀거나 화려하지 않다. 라인업의 시작부터 고결한 선비의 이미지를 풍긴다. Price16만 원대 로랑 페리에, 하모니 Harmony, DemiSec 일반적으로 한 샹파뉴 회사의 ‘DemiSec’ 뀌베는 기본 ‘Brut’ 뀌베에 원하는 양의 설탕 가당해 완성한다. 그런데 로랑 페리에의 ‘Harmony DemiSec’은 이 뀌베만을 위한 고유한 독자적 뀌베로부터 양조된다. 브륏 스타일과 드미섹 스타일을 단지 당도의 차이로만 인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드라이한 브륏과 스위트한 드미섹은 와인 조직 자체의 긴장도와 볼륨감이 달라야 완벽하게 해당 스타일이 구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품종 블렌딩이 ‘La Cuvee, Brut’과 다르다. 샤르도네 45%, 피노 누아 40%, 피노 므니에 15%다. 샤르도네가 10% 줄고, 피노 누아가 10% 올라갔다. 감미가 있기 때문에, 자칫 무너질 수 있는 긴장감을 피노의 강한 힘과 과일향으로 균형을 이뤄 생동감을 유지시켰다. 샹파뉴를 오랫동안 만들어본 기술자만이 해결할 수 있는 품종 놀이다. 3년 숙성했으며, 알코올은 12%vol에, 하모니의 당분 함량은 40g/L다. 디저트 음식이나 케이크 등과 특별히 잘 어울리도록 고안됐고, 단짠 궁합으로 짠 음식과의 조화에도 신경을 썼다. 밝고 화사한 볏짚색, 잘 익은 복숭아와 자두 살내음, 꿀과 케이크의 단내음이 등장하다가, 곧바로 고소한 견과류 향과 바닐라, 토스트의 깊은 향이 이어 받는다. 몽실몽실한 질감과 둥글둥글한 버블감이 매혹적인 디저트 샹파뉴~! Price16만 원대 로랑 페리에, 빈티지 Millésimé, Brut 프랑스 샹파뉴 업계에서는 특별히 기후가 좋았던 해에는 ‘빈티지(불어, 밀레지메)’ 샹파뉴를 생산한다. 보통 10년에 3~4번 생산했는데, 21세기 들어 생산이 잦아졌다. 그래서 일반 와인처럼 빈티지 샹파뉴도 ‘빈티지를 따지는 것’이 필요해졌다. 2020년 한국 시장에 론칭된 로랑 페리에의 2008년 빈티지는 1996, 2012 등과 함께 ‘세기의 빈티지’다. “어멋~! 이건 꼭 사야해~!”다. Wine Enthusiast 지 ‘Top 100 Cellar Selection’에서 96점을 받으며, 33위에 랭크됐고, Wine Advocator(RP)지 93점이며, James Suckling 평점 96점이다. 품종은 샤르도네 50%에 피노 누아 50%를 균형감있게 블렌딩했다. 몽타뉴 드 렝스 지구의 피노 누아와 꼬뜨 데 블랑 지구의 샤르도네 중에서 최고의 포도만을 모아 착즙해 뀌베를 만들었다. 최소 7년간 병입 숙성됐으며, 알코올은 12%vol다. 영롱한 황금색 색조에 비춰진 미세한 버블이 길다란 샹파뉴 잔의 바닥에서 수면으로 힘차게 올라온다. 그 소용돌이를 타고, 싱그런 라임과 레몬, 이국적인 망고와 자몽, 우아한 백도와 복숭아향이 미네랄 터치와 함께 펼쳐진다. 높은 산도와 생동감있는 입맛이 불안할 정도로 힘차며, 백악질 토질에서 기인한 담백한 미네랄 맛을 남기며 긴 여운에 젖어든다. 로랑 페리에 빈티지 샹파뉴는 2009~2013년 대한항공 비즈니스 퍼스트 클래스에서 제공된 샹파뉴로서, 전 세계 기내식 와인 리스트를 선도하고 있다. Price20만 원대 로랑 페리에, 뀌베 로제 Cuvée Rosé Brut 본문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로랑 페리에의 로제 샹파뉴는 블렌딩식이 아니라 적포도 품종을 껍질째 침용시켜 로제 와인을 만드는 ‘Saignée’ 방식으로 생산된다. 이 방식은 매우 예민하고 섬세한 방식으로 고품격 로제 샹파뉴를 만들어 줄 수는 있지만, 세심한 주의와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기에 가격도 높다. 품종은 피노 누아 100%로서, 렝스 산기슭의 앙보네 Ambonnay, 부지 Bouzy 등 그랑크뤼 마을을 포함해 10개 마을의 고품질 피노 누아를 48~72시간 정도 ‘저온 침용(Cold Soak)’ 과정을 거쳐 색상과 타닌을 받아 냈다. 이후, 5년 이상의 병입 숙성을 통해 복합미를 잉태했다. 알코올은 12%vol다. 1968년 처음 이 뀌베 로제를 론칭할 때, 베르나르 드 노낭꾸르는 이 특별한 샹파뉴를 빛내줄 고유하고 차별화된 용기를 원했다. 뀌베 로제를 담은 복스런 둥근 병은 17세기 앙리 4세 때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모양 자체가 최상품 피노 누아 샹파뉴의 모든 풍요로움을 표현하고 있으며, 최초의 세녜 로제로서의 기념비적인 위치를 잘 드러내고 있다. 당연히 상자 케이스도 우아한데, 구입해 보면 안다. 화사하고 세련된 연어 살색 같은 핑크색 버블이 예쁘다. 산뜻한 산딸기와 상큼한 레드 커런트향, 달달한 딸기향 등이 제일 먼저 반긴다. 그리고 여태껏 맡아보지 못한 흰 후추와 제비꽃향, 베타 캬로틴향이 로랑 페리에 뀌베 로제의 독특한 매력이다. 신선한 산미와 함께 입안을 가뿐하게 조이는 기분 좋은 타닌감이 화이트 샹파뉴와는 다른 긴장감을 준다. 농밀한듯 가볍게 솟구치는 버블감도 입안 천정을 즐겁게 해준다. 생동감과 이국적 정취, 마음을 들뜨게 하는 예쁜 색상을 두루 갖춘 내 생애 최고의 로제 샹파뉴다. Price35만 원대 로랑 페리에, 그랑 시에클 Grand Siècle, Grande Cuvée, Brut 그랑드 뀌베 ‘그랑 시에클(Grand Siècle)’~! 이 얼마나 멋진 이름인가? 프랑스어로 ‘위대한 시대’라는 뜻이다. ‘태양왕’ 루이 14세 시절의 위대한 프랑스를 부각시키기 위해 패키지에 ‘빛을 뿜는 태양’ 로고를 넣고 있다. 또한 특별한 모양의 둥근 병도 17세기에 직접 입으로 불어 만들었던 것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이 병은 플라꽁(Flacon)이라 불리는데, 병을 기울여 따르는 순간, 저 긴 병목에서 발포성 샹파뉴가 따라져 나오면서 내는 속삭임이란~! 그 어떤 샹파뉴 병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오묘한 선율을 선사한다. 병 모양과 이름만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 생산 콘셉트도 매우 특이하다. 보통 회사 최고의 샹파뉴는 대개 빈티지 샹파뉴인데, 그랑 시에클은 ‘멀티 빈티지(MultiVintage)’ 콘셉트의 블렌딩 샹파뉴다. 작황이 특별히 좋았던 3개 빈티지 샹파뉴를 블렌딩해 생산하는데, ‘한 해는 구조감을, 한 해는 섬세함을, 한 해는 신선함을 부여한다’는 철학 아래 3개 빈티지의 와인을 블랜딩한다. 아~! 정말 대단하고 멋진 발상 아닌가. 빈티지가 없으니, 이들을 구별하기 위해 뀌베 번호를 사용해 내부적으로 구별한다. 필자가 ‘겁도 없이’ 마신 그랑 시에클은 No.23이었다. 2002년, 2004년, 2006년 빈티지의 블렌딩 작품이다. 병입해 8년 숙성했고, 알코올은 12%vol다. 24K 금반지처럼 약간 구릿빛 뉘앙스를 띤 황금색이다. 글라스에 따르자 초미세 기포가 올라오며, 깊고 오묘한 향을 실어 날라 준다. 아카시아꿀, 구운 빵, 단 빵, 브리오슈, 개암과 아몬드 견과류향, 감초와 바닐라, 카라멜, 계피 향이 복합미를 더한다. 입안에서는 높은 산미와 풍요로운 살집, 찰진 버블감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20년 이상 숙성된 고급 부르고뉴 화이트 ‘몽하셰 그랑 크뤼’에 탄산이 들어있다면 바로 이 느낌일 것이다. 긴 여운은 5분 가까이 간다. 정말 특별한 샹파뉴다. ‘위대한 세기’가 내 입안에서 시작되고 있다. Price55만 원대
작성일
202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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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Chalone Viney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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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최고의 화가 중의 하나인 산드로 보티첼리의 그림 중에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그림이 있다. 지중해 에게해의 물거품 속에서 탄생한 비너스를 서풍의 신이 바람을 불어 육지로 밀어주는 장면이 묘사된 그림이다. 르네상스 강의를 준비하다가 요즘 날씨가 하도 더워서 “누가 저렇게 바람을 불어주면 시원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문득 한 와인 산지가 떠올랐다. 한 여름, 몹시도 뜨겁고 건조한 캘리포니아에도 태평양으로부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포도밭을 식혀 주는 곳이 있다. 바로 중부 해안에 위치한 ‘몬터레이(Monterey)’ 카운티다. 이 지역의 와인이면서 7월의 더위와 정면으로 맞설 와인을 고르려다보니 근방 가빌란 산 정상까지 올라가게 됐는데, 그곳에서 이달의 와이너리를 찾았다~!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의 숨은 진주, 샬론 빈야드 해발 550m 외딴 산속에 격리돼 있고 숭배받는 와인 생산지, 샬론 AVA~! 이곳은 9700ha의 놀라운 경관의 야생의 대지 ‘피나클 국립공원(Pinnacles National Park)’에 둘러싸여 있다. 지금껏 잊혀지지 않는 야생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곳, 고대 화산을 중심으로 펼쳐진 바위 투성이의 기복이 심한 지형은 이달의 주인공 ‘샬론 빈야드(Chalone Vineyard)’의 극적인 배경이 되고 있다. 바다 속에서 형성됐던 거대한 석회석 암반이 선사 시대의 화산 활동으로 융기해 육지로 솟아 올라왔다. 화강암의 노출부는 풍화돼, 풍부한 석회석 토양 위에 화강암 풍화토가 붉게 덮였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흙과 유사한 이런 형태의 토양은 캘리포니아에서는 매우 드물기에, 서늘한 고산 기후와 석회암반 기저의 바위투성이 지형으로 샬론의 테루아 자체가 하나의 AVA로 선정되는 특별한 혜택을 갖게 됐고, 샬론 빈야드는 매우 고유한 특성을 가진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수제 와인의 상징이 됐다. AVA는 동일한 지리적 자연적 조건을 공유한 재배구역을 지정한 미국공인포도재배지역 단위다. 샬론 빈야드는 몬터레이 카운티에서 가장 오래된 면허 양조장이다. 그리고 현재 샬론 AVA 구역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양조장이다. 마치 로마네 꽁띠(RomaneeConti)나 샤또 그리예(Chateau Grillet)처럼 한 원산지 명칭에 한 회사만 있는 것이다. 이 농장은 가빌란(Gavilan Mountains) 산맥 최고봉인 샬론봉(Chalone Peak) 북사면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해발 고도 550m의 평화로운 적막 속에서 저 아랫 쪽에 넓게 펼쳐진 살리나스 밸리를 내려보고 있다. 양조장 이름 ‘Chalone’은 최고봉인 샬론 봉 이름에서 따왔는데, ‘샬론’이라는 이름은 본래 샌프란시스코와 몬터레이 해안가 지역에 거주하던 토착 미대륙 원주민 종족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지역 최초의 포도 재배가 시작된 것은 20세기 초 무렵이다. 당시 샤를르 탐(Charles Tamm)이라고 불리는 프랑스인이 미국에 이민 온 자유 정착민으로서 자기 고향인 프랑스 부르고뉴와 비슷한 토양을 찾기 위해 캘리포니아를 배회하고 다니다 우연히 현재 샬론 양조장이 있는 땅을 발견했다. 그는 1919년 이곳에 슈냉 블랑(Chanin Blanc) 포도를 처음 심었는데, 금주법 시행 기간 동안에는 미사주를 생산하는 양조장에 판매, 긴 시간을 살아남아, 지금까지도 와인을 생산해 내는 유서 깊은 밭이 됐다. 캘리포니아의 오래된 포도밭을 보존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기구 ‘포도 고목 협회(Historic Vineyard Society)’에서는 100년 역사를 가진 이 밭을 ‘역사적 포도밭(Historic Vineyard)’으로 선정했다. 1946년에는 또 다른 주인 윌 실비어(Will Silvear)가 샤르도네와 피노누아, 피노블랑 등을 심어, 현재 ‘하부밭(The Lower Vineyard)’으로 불리는 구획이 마련됐다. 그는 주변의 웬티(Wente), 볼리유(Beaulieu) 등의 양조장에까지 포도를 팔았다. 1960년 드디어 샬론 상표를 단 첫 와인이 또 다른 주인 필립 토그니(Philip Togni)에 의해 생산됐다. 샬론의 전설, 딕 그라프 이제 드디어 그 유명한 딕 그라프(Dick Graff, 본명 Richard Graff, 1937~1998)가 등장한다. 1937년에 태어난 그라프는 샌프란시스코 교외인 댄빌에서 자랐다. 그의 첫 번째 열정은 음악이었고, 하버드에서 예술 학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에 있는 동안 그는 지역 보스턴 영화관의 극장 오르간 전체를 복원하기도 했다. 해군 OCS에 근무한 후, 태평양 구축함에서 근무하며 포병 장교로 표창을 받았다고 한다. 1964년 해군 장교 생활에서 갓 제대한 딕은 직업을 찾던 중에 윈저 빈야드(Windsor Vineyard)라는 양조장에서 생산한 와인을 맛보게 됐다. 그는 바로 이 와인에 넋을 잃었고, 곧바로 양조장을 방문하고는 원료 포도를 생산한 샬론 밭을 구입하기로 결심했다. 1965년 딕은 와인 양조를 배우기 위해 데이비스 대학에 진학, 어머니 에스텔(Estelle)과 함께 샬론 농장을 매입했다. 1966년 샬론 상표로 딕 그라프의 첫 와인이 출시됐다. 와인 양조를 거의 혼자서 해결한 딕은 화이트 와인의 유산 발효 기술과 오크 배럴 발효 및 숙성법을 캘리포니아 양조가들에게 전수한 선구자이기도 했다. 그는 프랑스 부르고뉴산 오크통을 미국에 수입했던 첫 주자 중 한 명이기도 했다. 그라프는 “포도 수확에서부터 양조를 거쳐 병입에 이르는 동안 최소한의 개입 만을 요하는 전통적 기법을 고집한다.”고 말해왔다. 그렇게 1970년까지 딕은 포도밭을 새로 만들어 넓혀갔다. 1971년에는 회계법인에 근무했던 와인 애호가 필 우드워드(Phil Woodward)가 합류했다. 딕은 와인을 만들고, 필은 회사의 재무와 홍보를 담당했다. 이렇게 해서 1972년 오늘날의 샬론 와인 그룹의 전신이 탄생하게 됐다. 1973년에는 기존 양조장(양계장 건물) 위쪽에 새 건물을 짓고 이전했다. 그 사이 딕의 형제 존(John)과 피터(Peter)가 와인 메이커로서 합류했다. 신생 회사가 발전 도상에 있을 때, 1976년, 이 회사의 운명을 바꿀 역사적 사건이 바다 건너 프랑스에서 일어났다. 그가 만든 1974년 빈티지의 샬론 샤르도네 와인이 프랑스 최고급 와인들과 경쟁한 화이트와인 부문에서 3위를 한 것이다(이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뒷장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딕에게는 잭팟이 터진 것이었다. 이후, 그라프는 친한 친구 줄리아 차일드(Julia Child)와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와 함께 ‘미국 와인 식품 연구소(American Institute of WineFood(AIWF)’를 설립하는데 공헌을 했고, 1998년 서거했다. 강한 생명력으로 고립된 산지 정상에 우뚝서다 1919년 프랑스인 샤를르 땅이 첫 포도나무를 심은 이래 60여 년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며 이 땅의 운명은 가빌란 산맥만큼이나 거칠었다. 산꼭대기에 있는 양조장이라, 1980년대까지 상황은 여전히 열악했다. 전력도 없이 그야말로 개척지의 삶이었다. 전기도 전화도 상수도도 연결되지 못했다. 유일한 통신 수단은 픽업 트럭 중 한 대에 있는 무선 전화였고, 자가 발전기로 전력을 생산했다. 물은 저지대에서 한 번에 3000gal을 실어 날라야 했다. 1984년 피노누아 와인을 저장하기 위한 지하 셀러를 구축했고, 1986년 회사는 자체 전력선을 구축하고, 양조장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8마일에 이르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했다. 20세기의 마지막에 이르러, 회사는 대대적인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농장의 테루아에 맞는 대목과 클론을 연구해 새로 심었으며, 포도나무 지줏대와 인도선들도 재설치했다. 그리고 이 시기 처음으로 시라 품종도 심었다. 현재, 샬론 빈야드 농장의 규모는 400ha에 달하며, 그중 100ha 정도가 포도밭이다. 비록 회사는 커졌으나, 와인 양조 기술과 포도 재배 경륜 그리고 특별한 테루아는 변치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2004년에 디아지오(Diageo)는 이 회사를 2억 6000만 달러에 매입했다. 샬론 빈야드, Foley Family Wines 그룹의 일원이 되다 세계적인 음료 대기업 디아지오가 와인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하면서 샬론 빈야드는 2016년 빌 폴리(Bill Foley, Foley Family Wines 회장)가 매입하게 된다. 빌 회장은 구입 배경으로 샬론 빈야드가 매해 일관된 고품질을 유지한다는 것과 고유한 역사적 이력이 매력적이었다고 밝혔다고 한다. 모두 알고 있다시피, 샬론 빈야드는 ‘1976 파리의 심판(Judgment of Paris)’에서 화이트와인 부문 3위에 입상했었다. 2016년은, 우연의 일치겠지만, 그 4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니 회사로서도 새 주인을 맞이하며 더욱 뜻깊은 해라고 하겠다. 빌 회장은 디아지오가 이러한 샬론의 역사적 가치와 브랜드를 홍보하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다고 평가했다. 빌은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그룹의 양조장마다 각 양조장에 고유한 특별한 의미를 찾고 부여하고자 하는데, 샬론 빈야드의 경우, 회심의 ‘한방(그의 표현을 빌면 “That’s my strike zone”)’에 해당하겠다. 빌 폴리는 미국 최대의 타이틀 보험회사인 ‘피델리티 내셔널 파이낸셜(FNF)’의 이사회 의장과 ‘피델리티 내셔널 정보 서비스(FIS)’의 부회장으로, 미국 금융계의 중요 인물이다. 또한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서, MBA 학위, 워싱턴대학교 법학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부인 캐롤 존슨 폴리와 함께 여러 사회 사업 활동에도 헌신하고 있다. 이러한 야심차고 활기찬 커리어의 활동 배경을 가지고 빌은 1996년 이후 와인 분야로 사업을 확장, 미 서부 해안과 뉴질랜드에서 인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캘리포니아주의 초크힐(Chalk Hill), 파이어스톤(Firestone), 쿨레토(Kuleto), 린코트(Lincourt), 메루스(Merus), 세바스티아니(Sebastiani)와 워싱턴주의 쓰리리버(Three Rivers) 와인너리, 오리건 주에서는 더 포 그레이스(The Four Graces)를 소유하고 있다. 또한 지구 정반대편에 있는 뉴질랜드에서도 바바서(Vavasour), 클리포드베이(Clifford Bay), 마틴버러 빈야드(Martinborough Vineyard)를 소유하고 있다. 그는 필자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엄청난 큰 손이었다~! 그의 막내딸 코트니 폴리(Courtney Foley)는 소노마 밸리의 그룹 소속 양조장 초크 힐 와이너리에서 수석 와인메이커로 근무하며, 회사 경영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샬론의 와인메이커는 지아니 아바테(Gianni Abate)다. 웅장하고도 거친 자연의 한가운데 있는 이 고산 지대 와이너리에는 지금도 많은 와인 애호가들과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이 양조장의 샤르도네를 마시며 40여 년 전 역사적 사건을 체험하고 광활하게 펼쳐진 살리나스 밸리 평야를 내려다보는 체험은 분명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저녁에는 산 정상에서 지는 노을을 보며 노을 빛깔만큼이나 붉은 피노 누아를 한잔하면서 가족, 친구들과 담소하는 즐거움을 누려 보길 권한다. The Judgement of Paris 파리의 심판 프랑스 파리에서 와인숍과 아카데미를 운영하던 영국인, 스티븐 스퍼리어(Steven Spurrier)는 자사 사업을 홍보할 여러가지 흥미로운 이벤트를 늘 선보이곤 했다. 1976년에도 여러 아이디어를 찾던 중, 마침 직원이었던 패스리샤 갤러허(Patricia Gallagher)가 미국인이었는데, 1976년은 미국 독립 200주년이 되는 해이니 이를 기념할 겸 미국 캘리포니아산 와인을 시음하는 이벤트를 개최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내놓게 된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 스퍼리에는 직접 캘리포니아를 방문해 6개의 레드와인과 6개의 화이트와인을 골라왔다. 그런데, 이 캘리포니아 와인을 그냥 테이스팅한다고 하면 프랑스 사람들이 굉장한 선입견을 가지고 평가할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스퍼리어는 막판에 프랑스의 최고급 와인들과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진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해 프랑스 최고의 와인 권위자 9명을 초청해 파리 중심가의 유명한 호텔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스퍼리어와 갤러허 포함 총 11명의 심판관이 평가를 한 결과는 놀랍게도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 모두에서 무명의 캘리포니아 와인이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이 이벤트는 그냥 묻혀질 수도 있었겠지만, 이날 유일하게 참석한 미국 타임(TIME)지 파리 특파원이었던 조지 테버(George Taber) 기자가 특종으로 대서특필하면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그 후 유명해진 테버는 그날의 체험과 세계 와인 산업의 변화하는 역동성에 대한 그의 식견을 첨가해 단행본을 출간했고, 필자는 그의 책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영광을 갖게 됐다. 1976년 파리 테이스팅 이전에는 프랑스가 와인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파리의 심판 사건 이후로, 이러한 왕좌 구도가 깨지고, ‘와인 세계의 민주화’가 이뤄졌다. 이제 사람들은 프랑스 이외의 장소에서도 고급 와인이 생산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신흥 와인 생산 국가들이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됐다. 자연 환경(Terroir) 못지 않게 기술의 선진화와 꾸준한 노력으로 훌륭한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그러면, 당시의 화이트와인 순위 리스트를 보자. 1위는 미국의 ‘Chateau Montelena 1973’이 차지했으며, 2위를 프랑스의 ‘Roulot, Meursault Charmes 1973’가 차지 했는데, 3위가 바로 이달의 와인인 ‘Chalone Vineyard 1974’였다. 1974년에 생산된 4137병 중 17번째 병이었다고 한다. 이것만 해도 놀라운 결과인데, 2차 테이스팅 결과가 더 눈길을 끈다. 파리 테이스팅의 결과를 두고 설왕설래하던 일부 전문가들은 캘리포니아 와인에 비해 프랑스 와인은 숙성이 돼야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20개월 후인 1978년 1월 11일, 같은 와인, 같은 빈티지, 같은 심사단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재대결했다. 그런데 2차도 이변없이 미국 와인의 승리로 끝났는데, 1위가 바뀌었다. 바로 샬론 빈야드가 1위로 올라섰다~! 브라보~! 샬론 빈야드, 샤르도네 Chardonnay, Estate Grown, Heritage Vines 캘리포니아 샤르도네는 뜨거운 기후와 양조 방식 때문에 누구나 바로 식별할 수 있는 테이스팅 노트가 있다. 색은 아주 진한 편이며, 향은 코코넛, 버터향, 카라멜 팝콘향이 진하다. 입에서는 묵직한 바디감과 높은 알코올, 감미로운 미감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웬만한 음식과는 잘 어울리지 못하며, 반 병조차 마시기 부담스럽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 부르고뉴의 샤르도네 와인과 대별된다. 반면, 부르고뉴 풍의 샤르도네 와인을 생산하고자 하는 지향점을 가지고 만든 와인은 보다 가볍고 싱그러우며 산미가 높기 때문에 음식과 잘 어울리고 마시기 아주 편하다. ‘1976년 파리 테이스팅’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두 화이트와인, 샤또 몬텔레나 샤르도네와 샬론 빈야드의 샤르도네 와인은 생산자가 처음부터 부르고뉴 스타일로 만들고자 했던 와인들이어서, 프랑스 심사위원들에게도 많이 낯설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높은 점수를 받았던 배경에는 이런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본 ‘에스테이트’ 샤르도네는 주로 1976년 이전에 식재된 나무로부터 수확된 포도를 사용했다. 프랑스 오크 배럴에 10개월 숙성시켰는데, 약 20% 정도만 새 오크통을 사용했다. 알코올 도수는 14.1%vol이며, 생산량은 약 2만 4000병 정도로 소량 생산됐다. 필자가 시음한 2018년 샤르도네는 밝게 빛나는 황금색에 황록색 뉘앙스가 선명한 어린 와인으로서, 첫 향은 상큼한 레몬향과 신선한 오렌지, 은은한 하얀 꽃향기가 잘 조화를 이루는 깨끗한 향의 특질을 가졌다. 이어서 신선한 버터와 토스트, 바닐라로 이어지며 오크 뉘앙스가 가미된 부케를 표출한다. 입에서는 부드러운 유동성을 가진 미디엄 바디 와인으로서 산뜻한 산미와 키위 풍미, 잘 익은 복숭아와 살구의 행복한 감미가 미감의 균형을 이뤘다. 깔끔한 미네랄 터치와 흰 후추로 대표되는 향신료, 토스트 향이 중간 노트를 형성하며, 마지막 삼킬 무렵에 다시 산미가 회복, 레몬 껍질의 청량한 피니시를 보이며 사라져간다. 1976년에 3위를 했던 샤르도네가 20개월 후에는 1위를 차지했으니, 나도 이 와인을 구입해 2년 정도 숙성시킨 후에 다시 시음해 봐야겠다. 함께 먹을 음식으로는 대게나 랍스터, 킹크랩 등 향기로운 살을 가진 갑각류가 가장 잘 어울리겠고, 구운 생선 스테이크와도 멋진 궁합을 보인다. Price13만 원대 샬론 빈야드, 피노 누아 Pinot Noir, Estate Grown, Heritage Vines 샬론 빈야드 포도원은 미국에서는 매우 드물게 석회석 기반의 토질에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표면을 보면 석회질 돌덩이와 척박한 붉은 토양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고대 화산의 현무암이 풍화돼 형성된 것으로, 이것이 샬론 와인의 미네랄 특성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보틀 디자인도 매우 고유하며 특별하다. 샤르도네 와인은 겨자색 캡슐, 피노 누아는 팥죽색 캡슐 색상을 사용해 시각적으로 명확히 구별시켰고, 병은 육중한 버건디 ‘소믈리에(Sommelier)’ 보틀을 사용함으로써, 와인의 구조감과 역사적 상징성을 부각시켜준다. 레이블에는 바위투성이의 험준하고 척박한 가빌란 산맥의 라인이 검정색 실루엣으로 저변을 장식한다. 윗부분에는 ‘Heritage Vines’라고 써있는데, 이는 샬론 빈야드가 몬테레이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중 하나로 그들이 Chalone AVA 지구에 심은 오래된 포도나무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뜻이며, 이 포도가 성숙돼 더욱 좋은 복합미를 나타낼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에스테이트’ 피노 누아는 주로 1946년에 식재된 고목으로부터 얻은 포도며, 1/4 가량은 1972년에 재식재된 나무의 포도다. 프랑스 오크 배럴에 12개월 숙성시켰는데, 약 30% 정도만 새 오크통을 사용했다. 알코올 도수는 14.2%vol이며, 약 5만 6000병 정도 생산됐다. 필자가 시음한 2017년 피노 누아는 야생 산딸기와 딸기, 레드커런트와 장미 꽃잎 향과 프로방스 허브향 부케가 클래식한 고급 피노의 DNA를 전해 준다. 여기에 은은한 바닐라와 개암, 삼나무 향이 향긋한 부케를 더하며 복합미를 완성하고 있다. 입에서는 가볍고 연하지만 찰진 조직감과 매끄러운 타닌 질감이 세련된 양조 기술을 대변하며, 담백한 미네랄과 적절한 산미, 힘찬 알코올의 균형감이 잘 결속돼 있다. 최후에 등장하는 잘 익은 딸기의 감미로운 풍미는 2017년 기후의 풍요로움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샤르도네에 관심을 집중하고 시음했는데, 의외로 피노 누아의 품질에 놀랐다. 아마도 해발 550m의 고지대 기후와 붉은 점토질의 테루아가 피노에게 좋은 결과를 입혀준 듯하다. 5년 정도의 병 숙성 후에 다시 만나보고 싶은 와인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이러한 피노는 가릴 음식이 없다. Price13만 원대
작성일
2021.02.26
글제목
[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FÈLS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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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하늘길이 열리면 제일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일까?’ 하고 뜬금없이 생각해 봤다. 그리곤 고개를 들어 벌써부터 뜨거워진 태양을 쳐다보니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이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다. 쪽빛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포도밭과 올리브밭으로 뒤덮인 부드러운 구릉,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난 굽이굽이 길에 심어진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그 긴 몸짓으로 여행객을 부르는 곳, 토스카나~! 아.. 생각이 닿으면 미각도 당기는 법, 토스카나 와인 한 병을 열고 피자 한 판 시킨다~! 이탈리아의 ‘보르도’, 토스카나~! 감히 이탈리아 토스카나(Toscana) 와인 지방을 프랑스의 보르도(Bordeaux)에 비교했으니, 난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찍혔다~! 그런데 이 비유, 나쁘지 않다. 중세 이후의 오랜 와인 생산 역사와 상업 전통, 가장 이탈리아적인 품종 ‘산죠베제(Sangiovese)’, 가장 상징적인 와인 이름 ‘끼안띠(Chianti)’와 ‘몬탈치노(Montalcino)’는 프랑스 보르도의 까베르네 소비뇽, 메독, 생테밀리옹 등과 일맥상통하지 않는가?! 영어로 ‘터스카니(Tuscany)’로 알려진 토스카나 지방은 이탈리아 중서부 심장부에 위치한 전통적 고급 와인 산지다. 서쪽은 지중해, 동쪽은 아펜니노 산맥이 경계를 이룬다. 토스카나 지방의 2/3가 포도 재배에 최적인 배수와 채광에 좋은 경사지를 가진 구릉 지대다. 여름은 길고 덥고 건조해 잘 익은 농축된 포도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점점 뜨거워지는 지중해 태양의 열기를 식힐 수 있는 것은 고도(Altitude)뿐이기에, 전통적인 산죠베제는 해발 400~600m에서 재배한다. 나무를 높은 곳에 심을수록 포도는 천천히 익고 포도의 산도는 높아진다. 최근에는 서부 해안가에 저고도 포도밭이 조성되며,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샤르도네 등 외래 품종 와인 생산도 증가하고 있다. 끼안티 지역에도 전통 스타일에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포도주 상인 길드가 결성된 13세기 후반 이래, 수백 개의 와인 회사가 토스카나 와인을 세계에 소개하고 있지만, 전통과 개성을 지키며 대중성과 명품성을 동시에 갖춘 생산자는 점점 드물어진다. 이 달에 필자가 찾은 끼안티 생산자는 이 둘의 아름다운 접목이 돋보이는 ‘펠시나(Fattoria di Fèlsina)’다. 에트루리안 전통을 간직한 역사적 테루아, 펠시나 로마 제국 이전에 이미 토스카나의 구릉 지대에 거주하면서 고유의 문명을 이뤘던 에트루리아(Etruria)인들은 작물이 잘되는 이 지역 땅을 ‘펠쯔나(Felzna)’라고 불렀다는데, 이는 에트루리아 언어로 ‘비옥한 땅(Fertile Land)’을 의미했다. 이달의 주인공 펠시나의 이름이 여기서 나왔다. 이곳은 2차 세계대전 전까지는 토스카나 공국의 공작령으로 소작농들이 올리브 나무를 경작했던 곳이었다. 그런데 1966년 라벤나(Ravenna) 출신으로 선박 사업을 하던 도메니꼬 뽀지알리(Domenico Poggiali)는 끼안티 최남단 마을인 카스텔누오보 베라르덴가(Castelnuovo Berardenga)의 한 영지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졌다. 그는 바로 400여 ha에 달하는 영지를 구입했다. 사실 구입 당시 끼안티 와인에 대한 시각은 별로였다. ‘스파게티면 하고나 먹는 싸구려 와인’ 정도로 취급됐던 시절이었으니, 그의 투자는 모험이었던 셈이다. 허름한 석재 건물이었지만 에트루리아 스타일의 기품이 남아있는 고색창연한 농촌 건물들을 셀러로 개축하고, 주변에 포도밭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갔다. 구입 당시 10ha도 안 됐던 밭은 수십 ha로 늘어났다. 현재 총 500여 ha의 영지 중에서 포도밭은 90ha다. 그런데 펠시나의 진정한 도약은 사위 ‘쥬세뻬 마쪼콜린(Giuseppe Mazzocolin)’을 맞이하고 부터다. 끼안티의 현자, 쥬세뻬 마쪼콜린 1970년대 설립자 도메니코의 딸인 프란체스카는 당시 베네또 대학 교수였던 쥬세뻬와 결혼했다. 쥬세뻬는 교단을 떠나 장인의 양조장에서 새롭게 와인 생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우선 수확량을 대폭 줄였다. 유기 영농을 도입하고 산죠베제 나무의 순수성과 연륜을 키워갔다. 아울러 가능한 늦게 수확함으로써 포도의 완숙도를 높였다. 1983년부터 펠시나 농장은 가능한 가장 자연적인 방법으로 와인을 생산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포도밭의 생태 환경을 최대한 다양하게 유지해 포도나무 질병을 예방하고 대항하고자 했다. 그는 또한 양조학자 프랑코 베르나베이(Franco Bernabei)의 조언을 청취, 11개 펠시나 포도밭에서 가장 품질이 좋고 가장 건강하고 가장 억센 나무들을 선정해 그 나무들로 포도밭을 재생시키는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해당 포도밭 테루아에 맞는 최고의 산죠베제 순혈종을 보존하고 전승시켜 끼안티의 전통을 승화시키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로써 품종과 테루아의 긴밀한 호흡은 펠시나 와인의 핵심 가치가 됐다. 펠시나의 모든 밭은 2015년 유기영농으로의 전환을 마쳤고, 현재 부분적으로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실행하고 있다. 펠시나의 와인들을 보면, 테루아와 역사, 문화가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 조화롭게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1990년부터는 3대째인 ‘죠반니 뽀지알리(Giovanni Poggiali)’가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펠시나 팀은 고도의 경륜과 신중함으로 와인을 생산한다. 단명할 시류에 영합하는 와인이 아닌 긴 호흡을 가진 순수한 와인, 우아하고 개성이 넘치는 와인을 만든다. 산죠베제, 산죠베제, 또 산죠베제 펠시나는 일찍이 1983년부터 산죠베제 품종 100% 와인에 집중하고 있다. 끼안티 블렌딩에서 청포도 품종을 버린지는 이미 오래고, 다른 토착 품종들도 블렌딩하지 않는다. 주변의 다른 생산자들과는 달리, 국제적인 품종들을 사용한 신시대적 변화에 곁눈 한번 주지 않고, 순수한 산죠베제 품종만으로 끼안티 와인을 생산해 왔다. 이 위대한 토스카나 품종에 대한 경외심으로 가장 좋은 포도밭의 가장 오래된 나무로부터 가지를 잘라 삽목해 포도밭을 재생산시키는 방법(Massale Selection)으로 그 유전적 가치를 전승시킨다. 품질이 우수한 토종 산죠베제의 순수성과 특성을 살리기 위해 포도밭 별로 그 안에서 번식을 유지해 나간다. 이 방법 사용하는 농장 몇 안 된다. 밭은 14개의 경작 구역(Poderi), 22개의 단일 포도밭으로 구성돼 있다. 각 포도밭은 해당 테루아 환경에 맞게 단일 포도밭별로 경작을 세분화시키고, 수확 후에도 별도로 양조함으로써 개별 포도밭에 고유한 특성과 스타일을 살릴 수 있다. 높은 식재 밀도에 생산량을 낮은 수준으로 철저히 통제함으로써, 집중된 구조를 가지면서도 우아한 스타일의 와인을 구현할 수 있다. 유기농법으로 재배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펠시나 포도밭 산죠베제의 평균 수령은 주변 농장 대비 수준급이다. 일반급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 포도밭도 30년생은 족히 된다. 끼안티 리제르바급 2개 와인은 수령 50년 이상된 나무로부터 나온다. 펠시나의 이런 올드 바인 끼안티는 지역에서도 가장 숙성력이 좋은 편이며, 병안에서 10~15년 이상 숙성하며 진화 개선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그 결과, 우아하면서도 집중도 뛰어난 펠시나의 산죠베제 순혈종 와인은 전체 끼안띠 리제르바 와인들 중에서 최고 품질로 손꼽히며, 종종 그 복합미와 장기 숙성력에 있어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에 필적한다. 21세기 들어, 펠시나 양조장에서 행해지는 끼안띠 와인 생산의 ‘혁신’들 중에는 토스카나의 옛 전통에 대한 깊은 존경심이 담겨 있는데, 이런 것들은 안타깝게도 인근의 다른 생산자들이 놓치는 부분이기에 더욱 그 가치가 돋보인다. 실제로 방문하면 양조장 건물들은 매우 수수하고 소박하고 전통 에트루리안 양식으로 매우 오래돼 보이고, 현대식 건물로 멋지게 지어진 최근의 여느 양조장 건물과 너무나도 달라 보인다. 양조장과 농장의 부속 건물 전체가 하나의 작은 마을을 구성하는 듯 하다. 그리고 지하로 이 건물들이 모두 양조 시설로 연결돼 있는 것이 신기했다. 끼안티의 전통 가치를 수호하는 양조장, 펠시나를 특히 애정하는 이유다. 이 시스트리, 샤르도네Chardonnay, ‘I Sistri’ Chianti Classico DOCG는 레드 와인에만 해당되는 원산지 명칭이다. 끼안티 지역에서 생산되는 화이트에는 다른 명칭이 붙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가장 포괄적인 Toscana IGT가 많이 사용된다. 더구나 이 와인은 외래 품종인 샤르도네로 만들어졌지 않은가?! 1980년대 초반 펠시나에서는 몬탈치노로 흐르는 옴브로네강(Ombrone) 상류에 위치한 뽀지올로(Poggiolo) 밭에 부르고뉴에서 수입한 샤르도네 클론을 심었다. 첫 빈티지는 1987년이다. 펠시나에서는 특이하게도 작은 프랑스 오크통에서 이 와인을 발효시켰다. 이듬해 3~4월까지는 효모 앙금과 함께(Sur Lies), 이후 앙금 없이 9월까지 추가 숙성시킨다. 와인 이름은 고대 이집트 신화의 풍요의 신 이시스(Isis)를 숭배할 때 쓰이던 악기 이름인 ‘시스트룸(Sistrum)’에서 유래한다. 레이블 바탕 디자인은 터키 양탄자의 화려한 아라베스크 무늬인 듯도 하고, 동방 비단 같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벽돌 색조라 좀 어둡게 보이는데, 그렇다면 이집트 피라미드 고분벽을 열고 들어가면 마주칠 파라오의 화려한 황금 장신구가 와인의 속살이라 해석해 볼까? 아니나 다를까~! 와인은 영롱한 맑은 황금색에 밀짚 뉘앙스가 더해진 신비스런 색감이다. 신선한 복숭아와 살구, 바나나, 은은한 흰꽃향, 잔을 흔들면 오렌지, 자몽, 노란 자두의 싱그런 과일 향이 민트 향을 품으며, 보다 묵직한 토스트 삼나무 향 위에서 춤을 춘다. 신선한 버터와 캐슈넛, 목재 향이 미감의 풍미 기저를 이루는데, 바디는 의외로 가뿐하다. 농축미, 산도, 오크향, 모든 것이 강한데도, 놀라운 밸런스의 결과, 글라스 안에서는 마치 태풍의 눈처럼 평화롭다. 귀족적인 성향의 이 화이트는 파인다이닝 광어, 농어, 다금바리 등 생선 스테이크와 천상배필이다. 2만 8000병 생산되는 합리적인 가격의 명품 토스카나 화이트. Price10만 원대 끼안티 꼴리 세네지, 파르네텔라Chianti Colli Senesi, ‘Castello di Farnetella’ 클라시코 구역을 제외한 방대한 Chianti DOCG 산지는 모두 7개의 하위 명칭으로 분류된다. 그 중 끼안티 루피나, 끼안티 꼴리 피오렌티니와 함께 3대 하위 명칭 구역에 속하는 곳이 끼안티 꼴리 세네지다. 전체 끼안티 중 최남단에 위치해 있어, 기후상으로도 북부에 비해 보다 덥고 일조량이 좋으며 건조한 날씨다. 토질로 본다면, 끼안티 클라시코는 돌이 많은 석회질인데 비해, 꼴리 세네지는 황토와 사토가 잘 조합돼 있다. 이러한 꼴리 세네지의 테루아로 인해 모든 면에서 보다 온화하며 부드러운 표현의 끼안티를 생산해내고 있다. 펠시나의 철학대로 이 와인도 산죠베제 100%다. 사실 낮은 등급의 끼안티 와인에서 산죠베제 100%를 추구한다는 것은 품질과 가격 모두에서 부담되는 일이다. 게다가 시고 쓰고 떫은 산죠베제만 100% 사용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생산자들은 까나이올로나 맘몰로, 칠리에지올로 등 보다 유순한 하급 토착 품종들을 블렌딩한다. 이 와인 레이블에는 펠시나 다른 와인들에 늘 따라 다니는 ‘Berardenga’라는 표현이 없다. 그 이유는 이 포도가 다른 농장 것이기 때문. 펠시나 회사는 꼴리 세네지 쪽에 멋진 성채가 있는 파르네텔라(Castello di Farnetella) 라는 자매 농장도 갖고 있는데, 펠시나 농장보다 약 30여 분 남쪽에 있다. 이 차이가 두 자매 회사의 동일 원산지 명칭 와인의 차이를 가져오겠다. 산뜻한 루비 칼라에 체리와 자두 향이 가득하고 향신료와 잎담배, 젖은 흙내음이 촉촉하다. 견조한 타닌과 가늘고 길게 이어지는 산미, 미디움 보디의 아담한 몸매로 글라스 안에서 행복을 주니, 와인을 꺼내어 꼭 안아 주고 싶다. 앙증맞은 끼안티. Price4만 원대 끼안티 클라시코, 베라르덴가Chianti Classico, ‘Berardenga’ 이 와인 급부터가 본격 펠시나의 색채가 느껴지는 끼안티 클라시코다. 바라르덴가 농장의 산죠베제 포도 100%다. 해발 고도 350~420m에 토질은 자갈 돌과 백악질 해양퇴적토인 이회토, 사토, 황토가 주 성분으로 광물질이 풍부하고 자양분을 함유하면서도 배수가 좋다. 수확된 산죠베제는 발효와 15일간의 침용 기간을 거쳐, 슬라보니아 오크 캐스크에서 12개월 숙성시킨다. 펠시나 끼안티 스타일은 산죠베제의 짙은 베리향이 전통적인 토스카나 향신료 향과, 토양의 섬세한 미네랄 표현, 그리고 오크의 이국적 토스트 뉘앙스가 결합한 남방형 끼안티의 전형을 이룬다. 초기에 까칠한 타닌은 품질에 따라 수 년에서 십수 년 안에 부드럽게 녹아들며, 조화를 이룬다. 출시되자마자 신선한 맛에 즐길 수 있으며, 5년 정도의 인내심만 있다면 고급 끼안티 와인의 충분히 숙성된 고전미를 체험할 수 있다. 침을 돋우게 하는 우아한 산미와 매끄러운 타닌감, 13.5%vol 알코올의 멋진 몸매를 가진 아름다운 끼안티 클라시코다. 음식에 문제가 있지 않은 한, 어울리지 않을 음식이 없다. 특히, 2017년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은 역대급 클래식 끼안티로 칭송받고 있으니, 놓치지 말라. Price9만 원대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란치아Chianti Classico Riserva, ‘Rancia’ 펠시나의 리제르바는 두 개다. 하나는 베라르덴가 농장의 산죠베제밭의 최고 포도를 블렌딩한 ‘리제르바 베라르덴가’. 또 하나는 가장 북쪽 안쪽 구획에 위치한 란치아 싱글 빈야드 포로로 만든 ‘리제르바 란치아’다. 이 두 리제르바는 우열을 가릴 수 없고, 단지 지향점이 다를 뿐이다. 전자는 조화와 총합, 후자는 집중도와 개성을 강조한다. 약 6ha의 란치아 밭은 해발 400m 고도에 있는 남향 밭이며, 토질은 청회색 사암과 알베레제 석회토, 갈레스트로 이회토 조합이다. 펠시나에 고유한 마살레 셀렉션으로 포도밭을 재생하며, ha당 40~45hl의 포도를 수확해, 4만 5000병 정도 소량 생산한다. 프랑스산 새 오크통과 중고통을 적절히 섞어 18개월 정도 숙성시키며, 병입 6개월 추가 안정기를 가져 출시된다. 짙은 갸닛 보석에 비친 루비 뉘앙스가 반짝이는 이 와인은 힘과 에너지가 넘치며, 풍부한 표현력과 놀라운 집중도를 보여 준다. 잔에 첫 코를 대는 순간의 다소곳함부터 마지막 방울을 삼키고 잔을 물릴 때까지 지속적으로 열리며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향긋한 블랙베리와 야생 체리, 들판의 먼지 내음과 볏짚단, 싱그런 민트향과 강인한 로즈마리, 후추와 감초, 다크 초콜릿, 타바코의 향연이 지나고, 첫 입맛의 높은 산미가 가라앉을 즈음에 깐깐한 타닌과 흙내음이 드러나며, 조밀한 질감은 입안 점막을 조여 주고, 다시 부드러운 알코올이 자극을 달래 주는 역할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미각을 긴장시킨다. 마시는 내내 한편의 투란도트 오페라 아리아를 경험할 것이다. 2016년 란치아는 풍부함이, 2017년 란치아는 신선함이 돋보이며, 모두 10~20년의 숙성력을 담보한다. Price19만 원대 폰탈로로Toscana, ‘Fontalloro’ ‘샘솟는 분수’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폰탈로로’는 끼안티 클라시코 영역과 꼴리 세네지 영역 양쪽의 포도밭을 모두 가진 펠시나 양조장의 궁극적인 표현을 대변하는 가장 상징적인 와인이다. 클라시코 쪽에 있는 밭 ‘Poggio al Sole’는 가장 높은 407m 고도에 있으며 자갈과 석회석 토질이다. 반면, 꼴리 세네지 쪽에 있는 밭 ‘Casalino’와 ‘Arcidossino’는 가장 낮은 330m 고도에 있으며, 해양 퇴적암층 위에 모래와 황토, 자갈이 좀 있다. 이 두 테루아의 융합이 폰탈로로다. 일반적으로는 최고의 와인, 웅장한 와인을 만들 때면 이름있는 영역인 끼아티 클라시코 밭의 포도만 사용하고, 이름값이 좀 떨어지는 꼴리 세네지 포도는 사용하지 않을텐데 이를 모두 포용한 펠시나 경영진의 철학에 감탄한다. 총 3개의 최고급 포도밭의 50년 수령 이상의 고목에서 생산된 포도다. 작은 프랑스 오크통에서 20여 개월 정도 각각 숙성시키다가, 병입 수개월 전에 탱크에서 블렌딩해 안정화시킨 후 병입한다. 연간 4만 병 정도 생산된다. 빛나는 루비색에 갸닛 뉘앙스를 가진 폰탈로로는 코에 닿는 첫 부케에서 벌써 복합미를 뿜어낸다. 블랙 체리, 블루베리, 야생 장미, 타르, 숲의 피톤치드와 나무껍질 이끼의 음습함, 백송로, 감초, 복은 원두와 오크 향이 층층이 재워져 있다. 입에서는 잘 익은 열매의 농축된 과육에서 뽑아낸 비단결같은 질감 속에 순수 산죠베제의 산미, 쫄깃한 조직, 우아하며 깊이감있는 고전적 맵시가 인상적이다. 이 모든 것을 담고도 알코올이 13.5%vol 이니, 마시기 “얼마나 편하게요~!” Price21만 원대 마에스트로 라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Maestro Raro’ 두 개의 DOCG영역에 22개의 포도밭을 가진 펠시나 농장의 식재 품종은 약 80%가 산죠베제 품종이며, 까베르네 소비뇽 7%, 말바시아와 트레비아노가 5%, 샤르도네 3% 등이다. 1980년대 펠시나 농장은 실험적 프로그램으로서 비전통적 품종을 가꾸기 시작했다. 여기 저기 포도밭들에 심어서 조금씩 실험 양조를 한 결과, 매우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 1987년 첫 빈티지 출시 이래, 현재는 란치아 싱글빈야드 바로 옆에 있는 ‘Rancia Piccolo’ 밭의 까베르네 소비뇽을 주로 사용한다. 면적은 이름처럼 작은 0.54ha 정도다. 프랑스산 새 오크통과 중고통을 적절히 섞어 18개월 정도 숙성시키며, 병입후 8개월 추가 안정기를 거쳐 출시된다. 색상은 이전 산죠베제 와인들에 비해 아주 검고 진한 암적색이다. 향에서는 단연 블랙커런트향이 압도적이며, 다크 체리와 건자두향이 풍부하게 올라오고, 후추와 정향, 계피 등 향신료향, 민트와 로즈마리, 올리브, 건초 등 신선한 향들이 특징적이다. 마지막에는 가죽향과 타르 풍미가 살짝 복합미를 더하며, 이국 땅에서 자란 카베르네의 DNA를 더한다. 타닌의 농축도는 강력하나 산미는 산죠베제에 비하면 부드러운 편이다. 14%vol 의 알코올의 힘도 충만해 펠시나 와인 중에서는 가장 풀바디의 와인이다. 이름을 ‘마에스트로 라로’라고 멋드러지게 지은 이유가 있다. 위대한 이탈리아 지휘자 토스카니니의 교향곡을 들으며 마실만하다. Price20만 원대
작성일
2021.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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