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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_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오드펠 알리아라 2011-농축된 과일향이 긴 여운…늦가을에 ‘딱’
등록일
2017.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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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을 알리는 찬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몸을 움츠리게 만든다. 

찬 바람이 불어오는 늦가을에 어울리는 와인은 뭘까. 와인 애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가을 단풍처럼 우아하고 은밀하면서 농익은 와인’을 추천한다. 이제는 가볍거나 상큼하면서 편하게 마시던 와인보다는, ‘풀보디’ 혹은 ‘짙은 체리색’ 와인이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사계절 중 봄과 여름, 두 계절의 수많은 사연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짙은 체리색은 붉게 물든 단풍 이상으로 마음을 흔든다. 보는 것만으로도 흡족하지만 가을의 향기가 와인 속에 복잡 미묘하게 피어올라 마음을 들뜨게 한다. 

필자가 늦가을에 추천하고 싶은 와인은 칠레 마이포 밸리에서 생산되는 ‘오드펠 와인’이다. 

오드펠 와인의 역사는 1914년 노르웨이 베르겐에 설립된 세계적인 선박회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사 선주였던 단 오드펠(Dan Odfjell)은 1990년 남미로 출장 왔다가 마이포 밸리의 매력에 푹 빠진다. 오드펠이 자란 노르웨이 베르겐은 비가 자주 내려 춥고 음침했지만 칠레 마이포 밸리는 날씨가 따뜻하고 풍부한 햇살이 가득하니 매료될 수밖에. 그는 곧바로 이 지역에 작은 포도밭을 구입했고, 그가 만든 와인은 짧은 시간 내에 칠레 프리미엄 와인의 대명사가 됐다.

중부 지역에 위치한 포도밭은 해발 고도 170~240m의 계곡과 구릉 사이에 천혜적인 테루아를 갖고 있다. 병풍처럼 산에 둘러싸인 이곳에서 포도 재배를 시작한 건 1992년부터. 1997년에 선박회사의 브랜드를 따서 ‘오드펠 와이너리’를 설립했고, 1998년에 처음으로 와인을 생산했다. 

오드펠 와이너리는 건축 측면에서도 눈길을 끈다. 이 와이너리의 특징은 건물의 60%가 지하에 건축돼 자연 그대로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와인의 발효와 숙성에 천혜적인 환경을 제공하면서 에너지도 절감할 수 있다. 예일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오너의 아들 로렌스 오드펠(Laurence Odfjell)이 건축을 담당했는데, 중력을 이용한 와인 양조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해 신대륙 와인 산업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오드펠 와인은 85㏊의 천혜적인 자연환경을 그대로 수용해 친환경적으로 생산한 포도로만 와인을 만든다. 포도 농사는 음력에 의한 절기를 활용하고, 토양을 아로마화하는 유기농법을 사용해 포도나무에 향기를 불어넣는다. 밭갈이는 트랙터 대신 말을 이용한다. 건강한 자연환경을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 지속 가능한 포도 재배와 양조에 전념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오드펠 와인은 와인 스펙테이터 등의 품평회에서 90점 이상을 연속적으로 받으면서 명품으로 인정받았다. 

필자는 오드펠 와이너리의 총괄 와인 양조가 아노 헤류(Arnaud Hereu)를 만난 적 있다. 그는 프랑스 보르도 출신으로 부르고뉴 지역, 남아공, 미국 캘리포니아, 아르헨티나, 헝가리 등에서 와인 양조를 했으며, 1997년 오드펠에 합류했다. “와인 양조는 열정과 행복, 그리고 낭만을 즐기게 해준다”며 와인 양조에 깊은 애착을 드러내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드펠은 앵클라(Ancla), 바보르(Babor), 아마도어(Armador), 오자다(Orzada) 등의 여러 개성 있는 와인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와인에 대한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특히 오드펠의 최고급 와인 ‘알리아라 2011(Aliara 2011)’은 말벡 42%, 카베르네 소비뇽 30%, 시라 18%, 까리냥 10%를 블렌딩해 만든 와인으로, ‘소수의 귀한 사람에게 허락하는 소량의 와인’이란 뜻을 갖고 있다. 18~24개월간 프랑스 뉴 오크통에서 숙성했으며 말린 과일, 무화과, 장미, 초콜릿, 체리, 블랙베리, 라즈베리 등의 향이 난다. 더불어 길게 남는 농축된 과일향은 섬세하고 우아한 보디감과 아름다운 여운으로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게 해준다. 쇠고기, 양고기 그리고 갈빗살 숯불구이에 잘 어울린다. 가격은 17만원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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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윤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82호 (2016.11.08~11.15일자) 기사입니다]
입력 : 2016.11.14 09: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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